검찰이 최근 참여정부 시절 정보기관의 수장을 지낸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한(본보 2일자 1, 5면 참조) 사실이 밝혀지자, 그 배경과 이유를 둘러싼 궁금증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3일 본보 보도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의 100만달러 의혹과 관련해 지난 주 초 김 전 원장과 국정원 직원 1명을 불러 조사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검찰은 김 전 원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노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한 다양한 증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 조사 시에 검찰의 '카드'로 제시하자 노 전 대통령이 다소 당황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 전 원장이 무언가 '유의미한' 진술을 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100만달러의 사용처와 관련된 사항을 김 전 원장이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가 2006~2007년 당시 미국에 있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송금한 수십만 달러의 출처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100만달러라고 판단하고 있다. 건호씨는 이 돈을 미국 벤처회사에 투자하거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의 등장은 바로 이 지점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자녀 관련 업무를 맡던 국정원 직원이 이 사실을 포착해 "건호씨가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투자에 쓰고 있다"는 내용을 김 전 원장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국정원의 관련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 전 원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정보를 보고했다면 "100만 달러 수수 사실은 퇴임 후 알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2007년 6월 30일 남미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에 100만달러를 싣고 갔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김 전 원장을 직접 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전용기 운행 관련 제반 사항도 국정원의 소관 업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시애틀에 잠깐 동안 체류하면서 이 돈을 건호씨에게로 전달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권 여사가 건호씨 등에게 돈을 송금할 당시 김 전 원장이 국정원의 송금방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원장은 참고인 신분이며, 법적 처벌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혀 김 전 원장이 '불법 송금'에 관여하지는 않았음을 명확히 했다. '문제의 100만달러'와 관련해 김 전 원장의 '입'이 수사 막판 또 하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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