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골드스미스 지음ㆍ김희원 옮김/승산 발행ㆍ296쪽ㆍ1만5,000원
아름답고 가난한 폴란드 이민자의 딸, 헛간에 사는 신데렐라, 비참한 환경에서 고생 끝에 빛나는 마법의 물질 라듐을 발견하고 두 차례나 노벨상을 받은 여성 물리학자.
마리 퀴리(1867∼1934)를 둘러싼 이 같은 신화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마리 퀴리의 내면세계와 업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열정적인 천재, 마리 퀴리> 는 그 신화에 가려 있는 마리 퀴리라는 한 인간의 복합적 면모를 그린 평전이다. 저자인 미국의 저술가 바바라 골드스미스는 "마리 퀴리는 과연 어떤 인간이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 둘째 딸 에브 퀴리가 쓴 전기 '퀴리 부인', 프랑스 국립도서관 퀴리 아카이브 등의 1차 사료를 파헤쳐 마리 퀴리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열정적인>
각고의 노력으로 여성에 대한 구속을 뛰어넘은 위대한 여성 마리 퀴리의 상(像)이 신화의 포장이라면, 그 포장 이면에는 노벨상 시상식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습관성 우울증에 시달리던 마리 퀴리, 사위의 제자이자 다섯살 연하의 유부남이었던 폴 랑주뱅과 애정행각을 벌이던 마리 퀴리가 있다. 저자는 마리 퀴리의 과학사적 업적을 서술하는 데 인색하지 않지만,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그 인간적인 면모다.
그녀는 정부 폴 랑주뱅에게 "당신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알고 있을 때면 나에겐 너무나 잔인하고 혹독한 밤이 기다려요"라는 정염 가득한 편지를 쓰는 여인이기도 했고, 딸들에게는 때로 며칠씩 말을 붙이지 못하도록 벌을 내리기도 하는 얼음장 같은 여인이기도 했다. 만년에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초년 고생을 마치 에밀 졸라의 소설처럼 극적이고 적나라하게 과장하는 자서전을 쓰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서술이 그러나 마리 퀴리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대신 그저 그런 위인전에서 박제된 신화로 남아있는 마리 퀴리가 아니라, 신화와 실체의 간극을 깨뜨리고 나온 '인간 마리 퀴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출간된 원저를 김희원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가 번역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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