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고도의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인터넷 강국이자 온라인 세상을 구현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다. 그렇지만 정보통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과 달리 법과 제도는 이를 뒤쫓기에 급급하고, 현실과 제도의 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수시로 발생한다.
특히 온라인 세상에서 자유롭게 소통되는 의사 표현의 양적 팽창이 질적 수준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상의 표현이 갖는 무한성에 감동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통해 그 파괴력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자유와 권리도 규제 불가피
최근 몇 년 간 몇몇 연예인들이 인터넷 비방 댓글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사건은 비단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서도 발생하고 있다. 소위 악플에 의한 희생이 계속되면서 사이버모욕죄 신설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인터넷 실명제의 전면적 도입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얼마 전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미네르바 사건도 인터넷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비록 부분적으로 허위 사실이 있다 해도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일단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 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해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은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민주정치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주권 원리를 기초로 작동되고 국민주권은 선거와 투표를 통해 행사된다. 선거와 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올바로 반영된 국가기관의 구성과 정치적 의사의 결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정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비판하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생명과도 같다.
우리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인터넷 공간이라고 해서 달리 다룰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창출하는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와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그 전파력은 거의 무한하고 파급 효과나 영향력 역시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결과로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공의 질서에 침해를 가져온다면 이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
법은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현실에서 절대적 가치는 절대적으로 보장될 수는 없다. 인간 사회가 갖는 근원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유에는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또한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과도하게 보장하면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제한이 필요하다.
사회의 건전성 되돌아봐야
미네르바 사건은 우리에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하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표현이 의도하는 바를 떠나 그 내용의 진위나 논리성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아닌 단순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심각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즉 개인의 의사 표현에 휘둘리며 혼란을 자초한 우리 사회의 건전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ㆍ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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