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1966년 미국에서 탄생한 이래 22번의 TV드라마 시즌을 거쳤고, 영화로는 10번이나 제작된 SF시리즈다. 유독 한국에서는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트레키'('스타트렉' 열혈 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역사상 가장 성공한 SF시리즈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너무나도 출중한 선배를 둔 탓에 영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넘어야 할 벽은 높아만 보인다. 전통을 지키고 싶은 마니아들의 집착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새로움을 원하는 일반 관객들의 욕구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3' 등으로 흥행술사로서의 재능을 과시했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무리해 쫓기보다 몸집 큰 토끼 한 마리 사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다.
'스타트렉'의 전통을 얼개 삼아 보다 폭 넓은 관객층을 겨냥한 새 시리즈 만들기에 나선 것. 열성적인 트레키는 실망감을 표할 수 있지만 에이브럼스의 선택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더 비기닝'이라는 부제가 무색하지 않게 '스타트렉'의 진정한 새 출발을 알린다.
이야기는 커크(크리스 파인)의 불운한 가정사에서 비롯된다. 우주를 항해하던 커크의 아버지는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 태어나게 될 아들과 800명의 목숨을 구한다.
비극적인 출생 배경을 지닌 커크는 방황 끝에 우주 함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이 되고, 혼혈 외계인 스팍(재커리 퀸토)과 조우한다. 둘은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우주 악당 네로(에릭 바나)의 지구 궤멸 음모에 대항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커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1등 항해사 술루(존 조), 통신장교 우후라(조이 살디나) 등 다종다양한 캐릭터에 기대며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짧은 시간에 개성 강한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연출 솜씨가 제법 날렵하다.
생경한 과학용어가 대사들을 채우지만 플롯은 간결하다. 이야기의 핵심을 파고드는 집중력 있는 빠른 편집도 인상적이다. 상영시간 126분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들이다.
신예 크리스 파인은 젊은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할리우드의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재목.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제 몫을 다한다. 제작비 1억4,000만 달러로 공들여 만들어낸 미래 지구와 우주의 이미지는 블록버스터다운 외관을 형성한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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