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사람간에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감염되는 것으로 사실상 확인됨에 따라, 신종풀루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꼭 멕시코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나아가 멕시코에 다녀온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았어도 누구에게 옮았는지조차 모르게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최초 추정환자 발생 4일만에 한국도 신종풀루 시계제로 상태로 들어가게 된 셈이다.
해외여행 경험도 없으면서 추정환자로 판명된 50대 남성 A씨(57)의 인화성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남성과 함께 추정환자로 판명된 2명의 여성은 그래도 감염원이 확실하지만, A씨는 누구한테서 감염이 됐는지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출처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유령'이 돌아다니고 있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추정환자란 '어떤 유전자인지 확정되지 않은 인플루엔자 환자'"라며 "매년 유전자를 알 수 없는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확진 환자 여부는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명의 여성 추정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한 종교시설도 추가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6일 멕시코에서 귀국한 B씨(51ㆍ여)가 28일 추정환자로 판명됐고, A씨를 인천공항에서 시설까지 자동차로 데리고 온 C씨(44ㆍ여) 역시 이 달 1일 추정환자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부터 시설 거주자 40명의 외부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외부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 내에서도 B씨가 28일 병원격리 직전까지 독방을 사용했고, 40명 전원에게 타미플루를 투여했으며, 독감 증상이 있는 사람이 현재 없기 때문에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부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담장을 넘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담장 내 확산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B씨 귀국 직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C씨는 29일 신고직전까지 격리되지 않았고, 거주자에 대해 타미플루를 투여됐지만, 이는 치료제일 뿐 백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 감염자가 생겼어도 잠복기(3~7일)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당국 검역체계 자체의 한계로 국지적 확산이 메가톤급 확산을 부르는 '나비효과'가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신고자와 추정환자 접촉자 등 잠재환자에 대해 자택에 격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가족에 대해서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신종플루가 일반독감처럼 퍼지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병원격리 전 단계에서 꼬리를 물고 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일반 감기와 구별할 수 없는 병의원들은 보건당국에 검사를 의뢰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검사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추정환자 확정까지 소요기간이 늘어나고, 보균상태 환자들에 대한 격리조치가 지연되면서 신종플루가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추정환자가 소수에 그치는 초기에 대응을 잘못하면,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와 같이 한 사람이 세 사람을 전염시키는 기하급수적 확산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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