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선 학교는 초등 1학년~고교 1학년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교과별 연간 수업 시간을 2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 시간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이른바 '입시용' 주요 과목 수업 시간연장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근무희망 학교 또는 지역을 미리 정해 공개전형을 실시하는 학교ㆍ지역단위 교원임용제도가 처음 선보이게 되며, 학교장이 학교 운영에 필요한 교원을 공고를 통해 뽑는 교사초빙제 비율도 현재 교사 총 정원의 10%에서 20%로 2배 늘어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5월 중순까지 수도권 영남권 등 전국 4대 권역별 토론회를 통해 학부모, 학생 등 교육수요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5월 말께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 등 총 29개의 교과부 지침을 없앤 1단계와 학교평가권 등 교과부 장관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대거 이양한 2단계 조치에 이어 마련된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방안의 핵심은 교육과정 자율화다.
교과부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초등 1학년부터 고교 1년까지 교과별 연간 수업시간을 학교장이 20% 범위 안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운영이 제약을 받다 보니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지 못해 학교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각 학교가 이들 학년을 대상으로 학생 성취 수준이 떨어지는 특정 교과목을 중심으로 수업 시간을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고1 국어의 경우 연간 수업시간이 현재 136시간(주당 4시간) 이지만 20%에 해당하는 27시간(주당 1시간)을 더 늘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안을 놓고 일선 학교는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교과별 연간 수업시간을 지금보다 20% 연장할 경우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과목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학교 교육의 입시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서울 경복고 이모 교사는 "학생들의 주요 과목 수업부담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해당 과목 담당 교사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교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특히 음악 미술 체육 등 예ㆍ체능 과목의 수업시간도 늘어나게 돼 전인교육을 강화하는 기능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효과를 낙관했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교육과정과 교과서 사용 등에서 특례가 인정되는 자율학교를 현재 전체 초중고교의 2.5%(282개교)에서 내년까지 20%수준(2,500여개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농ㆍ산ㆍ어촌 지역에서 열정을 갖고 장기간 근무(10년 정도)하는 교원을 선발하기 위해 학교ㆍ지역 단위 교원임용제를 도입키로 하는 한편 산업 및 예ㆍ체능 전문가, 수학 과학 외국어 등 특정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등도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교사자격증 취득 경로도 마련할 방침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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