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 추정환자를 포함한 신고자 전원이 공항 검역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추정환자의 격리 전 접촉자와 멕시코 등지 입국자에 대한 추적조사가 향후 국내 SI의 확산 정도를 결정짓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정환자와 1만 여 명의 입국자가 국내 SI 확산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초기대응 실기(失機)로 2차 감염(사람à사람) 가능성을 자초하는가 하면, 입국자 명단조차 아직 확보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추정환자 A씨의 이동경로는 '로스앤젤레스(LA) à인천공항à숙소à보건소à격리'이다.
일단 추정환자와 귀국 비행기에 동승했던 인원은 337명. 당국은 이중 추적이 불가능한 외국인 및 환승객을 제외한 196명 가운데 158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마치고 이중 독감 증상이 있는 3명(이중 1명은 정상 판정)을 정밀검사중이다. 문제는 증상이 없는 155명에 대한 관리. 당국은 기내에서 추정환자와 2m 범위 내에 앉았던 9명만 자택 격리하고 나머지 146명은 계속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감염 전문가들은 추정환자가 기내에서 격리되지 않았고,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도 감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2m를 기준으로 자택격리 여부를 정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밀검사 중인 승객들도 2m 반경 밖에 앉았었다.
A씨는 멕시코에서 함께 여행한 B씨와 함께 지난 26일 비행기에서 내린 뒤, 역시 같이 기거하는 C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당국은 B씨의 존재에 대해 A씨를 추정환자로 확정한 다음날에야 확인했다. 다행히 B씨는 현재 증상이 없고 타미플루를 투여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C씨의 경우 독감증상을 호소해 정밀검사 중인데, 질병관리본부는 "B씨와 C씨를 포함해 A씨와 공동 생활하는 40명에 대해 28일 타미플루를 투여했다"며 "타미플루는 증상발현 24~48시간 이내 투여해야 효과가 있는데, C씨는 그 전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보건당국은 초기에 A씨가 접촉했던 인물에 대한 파악을 지체하면서 2차 감염(사람à사람 전파) 가능성만 높인 셈이다.
멕시코 등지 입국자에 대한 추적조사도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보건당국은 A씨가 추정환자로 확정됐던 28일 멕시코 및 미주지역 여행자 1만 여 명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여행사, 항공사 등을 통해 명단을 확보, 추적 조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30일 현재 3일이 지나도록 명단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거나 감염됐더라도 자연 소실됐다면 문제가 없지만, 아직 잠복기간이거나 증상이 나타났지만 일선 병의원에서 일반 감기환자로 취급돼 버렸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확산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은 얼마나 신속하게 추정환자 주변과 멕시코 등지의 입국자를 통제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초기대응에 실기하면서, 추가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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