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거듭할수록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배우 차승원이 김선아와 함께 주연을 맡은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이 초반 시청률 싸움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티홀'은 가상의 지방 소도시인 인주시를 배경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천재 공무원 조국과 최연소 시장의 자리에 오르는 10급 공무원 신미래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유쾌한 정치드라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를 잇달아 히트시킨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 콤비가 다섯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2일 경기 고양시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시티홀' 9회 촬영을 마친 차승원을 만났다.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막 촬영장에서 빠져나온 탓인지 유머러스한 모습보다는 다소 '위압적이고 까칠한' 조국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소감을 먼저 물었다.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되고 그랬는데 촬영 시작한 지 오래돼서 지금은 괜찮아요. 역시나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반응이 굉장히 빠르구나 하는 것도 느꼈어요." 부담이 됐다는 부분은 시청률을 말하는 것일 터. 각각 13.8%(AGB닐슨 집계)와 14.5%를 기록한 '시티홀' 1, 2회 시청률에 만족하냐고 물어보았다.
"일단은 3사가 (시청률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는데 그 중에서 1등 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어요. 사실 초반 전개가 인물을 소개하는 거라 걱정이 많았거든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더 올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형사, 조폭, 교사 등 다양한 배역을 맡았던 차승원이지만 정치인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치 용어가 꽤 나오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입에 잘 안 붙었다"고 말했다. 정치인 중에 조국의 실제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상의 인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물방울 넥타이에 갈색, 베이지색,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의 정장을 소화해내는 멋쟁이 조국. 하지만 공무원 치고(?) 지나치게 패셔너블한 조국의 의상이 다소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느낌도 든다. "
. 조국은 그쪽 사람들하고 섞이기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공무원이라고 꼭 그렇게 (밋밋하게) 입으란 법은 없잖아요."
조국은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을 이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다. 이 끝도 없는 야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나는 약해지면 다친다, 나는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아마 그런 것들이 어렸을 때부터 작용을 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야만 버림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콤플렉스가 지금의 조국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내친 김에 차승원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느냐고 물었다.
"콤플렉스라 하기에는 뭣하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작품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새롭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미 기성 연기자를 봐왔기 때문에 그렇게 안될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게 연기하면서 제일 큰 콤플렉스가 아닐까 해요."
영화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지 못해 기존의 '인간미 넘치고 친숙한' 차승원표 코미디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질문에 답변하는 그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드라마가 20부작이잖아요. 그런 모습도 있고 아닌 모습도 있을거란 말이죠. 이게 정치드라마다 보니까 마냥 드라마를 무겁게만 갈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 모습을 적절히 이용하겠다는 거죠. 그런 지적을 어디에서 보셨나요? 별로 그런 거에 대한 부담도 없고 그런 부분은 모르겠어요."
다음 질문을 하려는 기자의 말을 자른 채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차승원의 모습이 당당하게, 또는 위압적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드라마 속 조국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