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인 2일 서울 도심의 밤이 또 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이어진 각종 집회에서 폭력 시위가 재연됨에 따라 경찰도 불법 시위자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서울 도심에서 사흘동안 연행된 불법 시위자는 241명으로, 지난해 촛불집회가 잦아든 10월 이후 검거된 인원으로는 최대 규모다.
1일 밤 지하철 명동역 부근에서 보도블럭과 연막깡통을 던지며 폭력시위를 벌였던 시위대는 2일에는 '하이서울페스티벌' 무대를 무단 점거해 개막식을 무산시켰고 수십 명의 시위대가 고립된 전경 한 명을 에워싸고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50분께 민생민주국민회의 등이 서울역에서 개최한 촛불집회 1주년 행사에 참가한 시위대 800여명(경찰 추산)은 집회 후 지하철과 인도를 통해 도심으로 진출했다.
경찰은 161개 중대 1만3,000여명을 동원, 서울역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등을 원천봉쇄하고 고춧가루 추출 성분인 '캡사이신'이 든 분사기로 대응하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오후 7시께 시위대는 하이서울페스티벌 길놀이 행진을 위해 경찰이 태평로 교통을 통제한 틈을 타 일반 시민과 뒤섞여 태평로로 밀려들었다. 시위대 일부는 카퍼레이드 차량 풍선을 손으로 터트리며 행사를 방해했다.
1,300여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오후 8시5분께 서울광장으로 진입해 페스티벌 개막식 리허설이 열리고 있던 무대를 점거했다. 축제를 주관한 서울문화재단은 9시로 예정됐던 개막행사를 급히 취소했고 경찰은 개막행사를 보기 위해 와있던 시민들의 귀가를 유도한 뒤 진압작전을 펴 68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촛불을 든 시민을 전원 연행하려다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문화재단은 6개월간 준비해온 개막식 취소로 직접적인 피해액만 3억7,5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명동역 부근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퇴계로 1개 차로를 점거하고 빈병과 보도블럭 등을 던지며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특히 전경 1명이 대열에서 낙오되자 시위대 20여명이 둘러싼 채 머리를 발로 차는 등 집단 폭행했다. 행인들이 "이러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폭행은 이어졌다. 경찰이 구출 작전에 나서자 이들은 전경 헬멧을 벗겨 달아났다.
이날 연행된 불법시위자는 112명. 앞서 지난달 30일 용산구 한강로1가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 집회에서 불법 거리 점거로 38명이 연행되는 등 58명이 검거됐고, 노동절인 1일에는 명동과 종로 일대에서 71명이 붙잡혀 사흘간 검거된 시위자는 241명에 달했다.
경찰은 이중 1명을 구속하고 4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조사중인 나머지 시위자도 혐의에 따라 엄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검거된 폭력행위자와 시위 주도세력도 빠른 시간 내에 붙잡아 전원 사법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하고, 길거리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등 과잉 진압해 폭력 시위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일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명의로 폭력시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합동담화문을 발표했다.
장재용기자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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