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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0) 은하수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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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0) 은하수와 소년

입력
2009.05.0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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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소년-문태준

푸른 수초 사이를 어린 피라미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걸 잡겠다고 소매를 걷고 손을 넣은 지 몇 핸가

가만 가만 있어라,

따라 돌고 따라 흘렀으나

거기까지 가겠거니 하면 조금 더 가서 알을 슬고

알에서 갓 태어난 것은 녹을 듯 눈송이같이 눈이 맑았다

● 별을 따 줄게. 그렇게 말했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은하수에 손을 넣어 별을 낚으리라 생각했다. 은빛 비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은 작은 물고기처럼 미끄러웠다. 소년의 손을 빠져나가 밤하늘을 헤엄치는 별빛들 속에서 소년의 가장 아름다운 빈손을 나는 보았다고 기억한다. 손에 잡히지 않기에, 그것은 손에서 녹을 듯 눈송이처럼 맑기에, 언제나 조금 더 먼 곳에서 빛나기에, 별은 우리를 소년의 영혼으로 돌아가 꿈꾸게 한다.

우리의 손가락이 별빛에 젖을 때 그 손가락은 언제나 소년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은하수에 손을 넣은 지 몇 해가 흐르고 또 몇 해가 흘러도 소년은 거기에 있다. 이 천진한 소년이 아직 남아 있어서 오늘밤에 시를 쓰는가. 빈손으로 쓰고 빈손으로 쓴다. 나는 시를 쓰는 이 빈손을 사랑한다. 아무것도 그러쥐지 않는 손으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문태준 1970년 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가재미> 등. 동서문학상(2004) 미당문학상(2005)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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