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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00세인 이야기' "죽을 때나 눕지, 뭐하러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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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00세인 이야기' "죽을 때나 눕지, 뭐하러 누워"

입력
2009.05.0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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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지음/샘터 발행ㆍ264쪽ㆍ1만원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에도 100세 이상 노인의 수가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백세인'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장수의 비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 낸 인간의 사랑과 아픔, 안타까움, 그리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인 저자가 2001년부터 전국을 돌며 만난 100세 이상 노인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았다. 젊었을 때 상당했던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여전한 할머니부터 젊어서 좋아하던 노래를 여전히 메들리로 부르는 노인, 사랑하지 않으면 어찌 살겠냐며 두 손을 맞잡는 부부까지, 우리 시대 백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백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장수의 비결이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하는 데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100세까지 사는 것이 가족 간의 사랑으로 누구에게나 가능한 자연의 순리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래서 백세인들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들의 아들과 며느리, 이웃 등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진찰을 위해 누우시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죽을 때나 눕지, 누구 보고 누우라고 해"라고 말하며 역정을 내는 할머니, 치매기가 있는 와중에도 "문상 오는 사람들에게 술이나 받아주라"며 수의에 지폐를 넣어두는 할머니의 이야기 등이 젊음을 헤프게 낭비하는 읽는 이의 자세를 바로잡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장수마을 중 특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곳은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다. 12세에 발병해 17세 되던 해 이곳에 들어와 9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최장수 할아버지의 이야기, 동생의 앞길에 누가 될까 스스로 떠나 온 누이를 평생 그리워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짤막짤막한 단락을 통해 저자는 깊은 세월 숙성된 휴먼 스토리를 들려주는 한편 장수인의 유전적, 영양학적, 성격적 분석을 시도한다. 분석 끝에 저자는 백세인에 대해 "전통적 사고와 관습에 온 변화의 혼란을 슬기롭게 이겨 낸 역사의 증인이자 생존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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