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지만 검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 대한 본격 수사 여부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동시에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맡을 정도로 여야를 넘나드는 마당발을 자랑해왔다. 박 회장의 '돈봉투'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자연스럽게 그가 이명박 대통령 진영에도 줄을 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 연결고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된 인물이 바로 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동시에 박 회장과 30년 동안 친분을 맺어온 천 회장이다.
천 회장은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박 회장에게서 10억원을 받았고, 박 회장 구명 대책회의에 참석했으며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천 회장은 "박 회장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 대통령이 특별당비 대출을 받을 때 내 예금을 담보로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객관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검찰은 현재 2006년 정보통신업체인 세중나모(나모인터랙티브)를 통한 세중여행사의 우회상장 및 2007년 천 회장 가족의 100억원대 지분 매각 경위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위반이나 탈세 정황이 있다는 첩보에 근거한 조치다. 지분 매각 대금 중 일부가 이 대통령의 당비 대납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행보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정두원 의원에게 박 회장 구명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친(親)이명박 진영은 한 차례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천 회장과 여권 핵심부, 또는 천 회장을 매개로 한 박 회장과 여권 핵심부의 부당한 자금거래 정황이 추가로 포착될 경우 '친이' 진영은 치명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
무혐의 결론이 나와도 문제다. 이 경우 벌써부터 특별검사 도입 주장을 펴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대통령 선거자금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는 친(親)박근혜 진영이 동조할 경우 특검제 도입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에는 천 회장 외에도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박 회장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민주당 서갑원 의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 민유태 전주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과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 간부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처리도 남아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박연차 회장간 미심쩍은 돈 거래의 실체도 규명돼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조사가 수사의 종착역이 될 수 없는 이유들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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