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대검 청사에 도착해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에 앞서 7층 이인규 중수부장의 사무실로 안내됐다. 고위 인사를 조사할 때 거치는 의례적인 절차다.
이 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녹차 한 잔을 대접하면서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다.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사명감과 정의감을 이해한다. 잘 알겠다"며 "다만 조사과정에서 서로간 입장은 존중해 달라"고 답했다. 서로 예(禮)는 갖췄지만, 향후 팽팽한 '기(氣) 싸움'을 예고한 대화였다.
이 부장과 10여분간 인사를 나눈 노 전 대통령은 오후 1시45분쯤 11층 1120호, 일명 'VIP들의 무덤'으로 통하는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가운데 문 전 실장이 먼저 변호인으로 입회했다.
우병우 중수1과장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 노 전 대통령은 긴장한 탓인지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흡연을 끝낸 뒤 이번엔 우 과장이 "상의를 벗고 편하게 조사에 임하시라"고 제의했다. 이후 우 과장은 물론,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실장, 배석 검사 모두 웃옷을 벗고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께서는…"이라는 식으로 호칭을 사용하되,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우 과장 등을 "검사님"이라고 불렀다. 번갈아가며 변호인으로 입회한 문 전 실장과 전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옆 자리가 아니라 뒤쪽에 앉아 검찰의 신문사항과 노 전 대통령의 답변을 꼼꼼히 들어가며 간간이 도움말을 건넸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6시30분 조사실 옆방으로 옮겨 문 전 실장과 전 전 수석, 김경수 비서관 등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배달된 1만3,000원짜리 '곰탕 특(特)'과 계란 프라이 반찬 등으로 7시25분까지 저녁식사를 했다. 장시간의 상경길과 조사로 지친 탓인지 아침, 점심식사 때와는 달리 밥 한 공기를 거의 비웠다. 식사를 마친 뒤엔 20분간 일행과 함께 과일과 커피를 들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개조된 특별조사실은 51㎡로, 조사실 가운데 가장 넓다. 조사실 왼편에는 샤워기가 있는 별도의 화장실이 딸려 있고, 조사 중 쉴 수 있도록 소파와 작은 탁자, 간이침대까지 마련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쟁점별 조사가 끝날 때마다 10여분씩 휴식을 취했다. 휴식 시간에는 문 전 실장 등과 담배를 피우면서 답변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