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의 미디어활동가인 마붑 무스타크 아메드(32ㆍ사진)씨가 자신이 출연한 한국 영화 '반두비'와 '로니를 찾아서' 두 편으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반두비'(감독 신동일)는 비행 소녀와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우정과 사랑을, '로니를 찾아서'(감독 심상국)는 태권도장 관장과 이주노동자의 좌충우돌 우정을 그린 영화다. 마붑씨는 두 영화의 주인공인 카림, 로니 역을 각각 연기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1999년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2년 간 공장생활을 한 뒤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시민단체 등을 거쳐 올해 4회째를 맞는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방송에서는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당초 영화에서 연기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두 영화에 나올 이주민 배우 캐스팅 업무에 관여하다, 자신이 직접 출연하게 됐다. "'반두비'는 시나리오를 읽고 내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보겠다고 나섰죠. 로니 역은 심 감독님이 '당연히 당신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카림 역을 위해서 석 달 동안 무려 12㎏을 감량하기도 했다.
"이젠 방글라데시 음식을 먹으면 가끔 소화가 안 될 정도로 한국인이 다 돼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어린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감독님이 이주노동자 대신 외국인노동자란 표현을 써 항의를 하기도 했죠. 사람이 중요하지 국적이 중요하진 않잖아요.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처럼 저도 다른 곳에서 살다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서울을 찾은 것뿐입니다. 이주민은 손님이 아니라 식구입니다. 자연스럽게 대해줘야 좋은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전주=글·사진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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