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가 급속도로 퍼지자 각국 정부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역 강화와 여행 제한은 기본이고 사람들이 공공장소에 모이지 못하도록 일괄 휴업과 휴교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SI 발원지인 멕시코는 확산을 막기 위해 1일부터 5일까지 필수분야를 제외한 모든 경제부문에서 휴업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 병원, 슈퍼마켓, 금융기관 등 필수사업 부문을 제외한 멕시코의 모든 공장과 상점은 일제히 문을 닫게 되며 정부기관도 대부분 업무를 중단한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9일 TV연설을 통해 "외출을 자제하고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도심 공동화를 유도하기 위한 휴업 조치로 일을 못하게 된 근로자를 위해 멕시코 정부는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까지 마련했다.
BBC방송은 사람들이 서로 접촉을 꺼리면서 사회활동이 둔화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거리감까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 첫 감염자로 확인된 여성이 멕시코에 간 적이 없지만 자주 접촉했던 남자친구가 최근 멕시코에서 입국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외출 자제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100여개 학교에 휴교 조치가 내려졌고 집에 머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돼지고기 섭취를 금기시하는 중동 국가들의 예방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자국 내 모든 돼지를 도살키로 결정한 이집트에 이어 레바논 정부는 29일 SI가 사람들 사이에도 전염된다는 점을 고려해 뺨에 키스하는 전통적 인사 방식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도 돼지고기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식당 메뉴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없애도록 했다.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 보건장관은 2일 카타르의 도하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각 가정에 SI에 관한 정보와 예방대책 등을 담은 인쇄물을 발송키로 했으며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 회원국의 멕시코행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브라질 정부는 SI 감염자가 확인된 국가에서 입국한 여행객 전원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마스크 10만개를 구입해 국제선 항공사에 배포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멕시코와 미국 등 SI 위험국가를 상대로 한 돼지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6월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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