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역사가 반복됐다.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법처리 된 지 14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한다는 방침이어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저지른 개인 비리로 법정에 서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정 넘게까지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인으로 나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우병우 중수1과장 등 수사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재임 중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등 모두 600만 달러를 사실상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별도의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박 회장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직접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만 달러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7년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아들 건호씨에게 수십만달러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보낸 사실을 확인, 권 여사를 재소환키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박회장과 대질신문을 하려했지만 노전대통령이"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을 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는 세 마디로 심경을 피력한 뒤 청와대 경호처에서 제공한 버스에 올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1시20분 대검 청사에 도착한 뒤 면목이 없게 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죠"라고 간단히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주말까지 수사 보고서를 완성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이 참석하는 간부 회의를 열어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이진희 기자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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