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불과 1주일 새 돼지고기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돼지고기 가격 역시 수직 낙하 중이다. "돼지고기는 안전하다" "더구나 국내 돼지는 신종 플루 병원체가 없다"는 당국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양돈농가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가는 모습이다.
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협 하나로클럽 3개 매장(양재, 창동, 전주)의 1일 돼지고기 매출액은 신종 플루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6,900만원에서 30일 3,000만원으로 절반 이상(-56.5%) 감소했다. 하루 매출 건수도 이 기간 6,627건에서 3,194건으로 줄었다.
돼지고기 가격도 급락세다. 도매시장에서 지육(뼈에 살코기가 붙은 형태의 고기)의 도매시장 시세는 지난달 24일 ㎏당 4,905원에서 30일에는 3,654원으로 25.5%나 하락했다. 돼지고기 한 마리(110㎏)를 팔아 농가가 직접 챙기는 수취가격도 이 기간에 37만1,000원에서 27만7,000원으로 25.3% 줄었다.
가격이 떨어지면 출하 물량을 줄여야 되지만, 불안한 마음에 양돈농가의 출하 물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 14개 도매시장에서의 처리 물량은 하루 6,611마리(24일)에서 7,233마리(30일)로 늘었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래도 아직까지 소비자가격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상태. 국내산 삼겹살 가격은 30일 현재 500그램에 9,882원에 달한다. 24일(9,992원)에 비해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수입산 삼겹살 역시 5,100원에서 5,000원으로 소폭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육가공업체들이 직영점 및 급식소에 납품가를 낮추고 있어 곧 소비자 가격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양논동가의 위기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윤상익 양돈자조금관리위원장은 "30년간 양돈을 했는데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피해를 보기는 처음"이라며 "돼지 구제역이나 돼지 콜레라 발병 때보다 타격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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