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7일)을 앞두고 2012년 러시아 대선의 향배에 대한 전망이 벌써부터 분분하다. 메드베데프가 재선에 나설지 푸틴이 다시 대통령 자리를 노릴지가 관심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많은 이들은 푸틴이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메드베데프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지난 대선에서 3회 연속 연임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메드베데프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후 총리로 물러났다.
메드베데프의 보좌진인 글렙 파블로브스키는 "내년 가을까지 후보를 정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경제위기에 잘 대처하는 이가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 영향력은 여전히 푸틴 쪽에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푸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메드베데프의 지지도를 웃도는 60%에서 80% 사이를 오간다.
두 사람의 권력은 현재 묘한 균형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싱크탱크인 폴리티카 재단의 바체슬라프 니코노프 소장이 "중요한 결정에는 두 명이 함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정도다. 푸틴이 막강한 막후 영향력을 손에 쥐고 있다면 메드베데프에게는 푸틴 총리를 해임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손에 쥔 카드를 쉽게 내놓지 않는다. 파블로브스키는 "메드베데프의 위상이 계속 강화되더라도,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제거하고 대통령 자리를 넘보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2012년 대선은 러시아 역사상 유일하게 독보적인 선두주자를 꼽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양쪽 측근들은 이미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드베테프의 핵심 경제보좌관인 이고르 유진스와, 푸틴이 지명한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크레믈린 언론 보좌관의 갈등이다. 피오드르 루키아노프 러시아 글로벌 어페어 편집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양두체제가 잘 굴러가지만 위기 때는 다르다"고 말했다. 세금 탈루 혐의로 구속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회장의 처리 방식을 두고도 메드베데프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의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것도 잠재적 갈등 요소다. 메드베데프는 진보적 인물로 분류된다. 당선 후 첫 인터뷰를 진보 성향 주간지 노바야 가제타와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강경 성향의 푸틴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들과 정치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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