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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대통령 소환/ 盧 "나는 몰랐다, 아니다, 기억에 없다" 단답형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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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대통령 소환/ 盧 "나는 몰랐다, 아니다, 기억에 없다" 단답형 대답

입력
2009.05.0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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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는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뇌물 수수 상황들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졌지만, 노 전 대통령은 주로 "아니다. 기억에 없다" 등으로 짧게 답했다.

전체적으로 "나는 몰랐다"는 기존 주장을 바꾸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할 반박자료도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답변태도를 면밀히 살피며 신빙성을 따졌을 뿐, 노 전 대통령에게 혐의를 시인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범위 및 직무관련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시간은 대검청사 도착 후 25분 만인 오후 1시45분쯤이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우선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업에 대한 직무관련성'을 캐물었다.

노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포괄적 뇌물죄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등 직무범위가 포괄적인 고위 공직자가 대가성 있는 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박 회장이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박 회장의 사업확장 과정과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국세청장 후보로 올랐던 상황 등을 놓고 볼 때 대통령의 포괄적인 직무 영역에 속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직무에서 박 회장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는 원칙적인 면은 인정했지만, 청탁을 들어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형 건평씨가 박 회장의 청탁을 받고 김정복 전 청장을 국세청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청탁한 적은 있지만 거절했다"며 사례를 들기도 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신중하게 할 말을 모두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경남은행 인수 추진과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 수주 등 사업확장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개입할 여지가 있었는지 등도 물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런 내용을 알지 못했고, 관련 부처가 알아서 할 일이며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 달러 수수 혐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조사가 끝나자 '본 게임'이 시작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현금으로 요청해 이를 청와대 관저에서 받았다는 혐의를 캐물었다.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 등은 돈을 준 박 회장과 그 돈을 전달한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제시하며 솔직히 이야기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요청해서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정 전 비서관도 "노 전 대통령 몰래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기존 진술을 바꿔 노 전 대통령이 돈 수수에 관여했다는 것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은 몰랐으며 부인 권 여사가 자신 몰래 박 회장에게 요청해 빚 갚는 데 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을 반박하지는 않았으며, 시종 조용조용한 말투였다.

500만 달러 수수 혐의

지난해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전달한 500만달러에 대한 조사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500만달러 중 3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투자됐고,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을 건호씨와 연씨가 관리한 것이라는 증거들을 검찰은 제시했다. 투자내역과, 노 전 대통령과 건호씨가 사전에 상의한 정황, 연씨와 건호씨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이 노 전 대통령의 눈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연철호가 개인적으로 투자받은 돈이며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가서 친지들에게 듣고 처음 알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밤 11시께부터 한 시간 가량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받으면서도 시종 곤혹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진술을 바꾸지는 않았다.

기타 혐의

나머지 의혹 부분에 대한 신문은 일괄적으로 이루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연루가 의심되지만 혐의를 벗을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조사실 내부의 긴장감은 훨씬 덜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 물었다. 횡령금이 대통령 특별활동비 예산을 빼낸 것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특별활동비 집행은 총무비서관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며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도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로 제공한 1억원 짜리 스위스제 시계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뇌물수수 혐의에 포함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시계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값은 알지 못했고, 회갑 선물이기 때문에 전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권 여사가 박 회장에게서 별도로 3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검찰은 권 여사를 재소환해서라도 미진한 부분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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