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부평을 승리는 보약이었던 듯 싶다. 정 대표는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그는 먼저 "지금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고, 이명박 정부가 정치보복을 하고 있고 너무 치사하다는 말들도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최대 현안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연대에 대해선 "특급 해당행위로 간과할 문제가 아니며 정 전 장관은 코스트를 치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영원히 복당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_4ㆍ29 재보선 민의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민주당이 1석 건졌는데 너무 자축하는 것 아닌지요.
"당연히 자축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맞닥뜨린 곳이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인데 모두 이겼습니다. 수도권 승리는 정말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가능성을 보여줘야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 수 있어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게 기본 목표였습니다."
_수도권 승리의 이유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 심판이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이 잘하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_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작년 6ㆍ4 재보선에서 서울 강동구청장, 인천 서구청장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때는 촛불민심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번 경기도 교육감선거도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이라 했어요. 이번은 3번째입니다. 이제 우리도 잘하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국민들이 인정한 것입니다."
_만약 한나라당이 당내화합을 이뤄 박근혜 전 대표가 부평을 유세에 나왔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겠느냐,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걸로 민주당 승리를 폄하할 이유는 없어요. 부평에 민노당 후보도 있었고 시흥에 시민후보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겼습니다. 정치구도가 아니라 우리 단독으로 승리한 것입니다. 물론 국민들이 민주당의 부족함을 다 용서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우리가 쇄신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국민은 다시 회초리를 들 수 있습니다."
_전주 재선거 결과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전주에서 원칙을 지켰기에 수도권 승리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_정동영 전 장관 공천배제로 수도권의 호남표가 분열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 분석에는 수도권 호남표의 분열은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과거의 인재들도 모두 힘을 합쳐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세력이 중심이 된다든지, 정당의 개방성이 훼손된다면 당의 역량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나는 전당대회 때 '스타 프로젝트'를 얘기하면서 5명내지 7명의 스타군단을 만들어 거기서 대선후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_과거 인재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전주 공천은 왜 그렇게 했나요.
"전주 문제는 특별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 평소 일이 아닙니다.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하면 등원하는 것은 다 알 수 있던 상황이고 나는 저지할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완산갑에서) 무소속 후보를 만들어 당 후보를 낙선시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_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경주의 정수성 무소속 후보를 사실상 당선시킨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까.
"이 경우와는 다릅니다. (격앙된 표정으로)전주 상황을 모릅니까? 경선으로 뽑힌 민주당 공천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전력 투구한 것을 민주당을 위한 일이라고 인정할 사람이 있겠어요. 너무 나갔어요. 코스트를 치를 겁니다."
_코스트라면 정 전 장관의 복당이 어렵다는 얘기입니까.
"내가 대표된 이후 당헌당규는 지켜져 왔습니나."
_당무회의 의결로 복당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헌법도 개정할 수 있는 것이고(웃음)…. 그렇지만 정황이란 게 있어요. 영원히 복당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닙니다. 정 전 장관은 명백한 해당행위, 그것도 아주 특급 해당행위를 했어요. 그런 것이 잊혀지려면 시간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_새로운 스타들을 들여온다고 했는데요, 간판급 영입이 진행 중입니까.
"이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_그런 차원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가을 재보선에 출마합니까.
"적극 권유할 생각입니다. 삼고초려라도 할 것입니다."
_손 전 대표나 새로 영입되는 거물 모두 정 대표에 잠재적 경쟁자인데요.
"그런 생각으론 당을 살릴 수도, 미래도 鞭윱求? 2012년 재집권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5명 이상 스타가 떠야 합니다. 어느 슈퍼스타 한 사람으로 당을 살릴 수 없습니다. 그런 스타들을 모시는 게 내 1차 책무입니다."
_그런 맥락이라면 정 전 장관도 끌어들였어야 하지 않습니까.
"정 전 장관이 우리 권유처럼 전주가 아닌 부평에 나가 이겼다면 스타가 됐을 것입니다. 대선참패를 다 씻어버릴 수 있었어요. 귀국 직후 만났을 때 10월 재보선에 골라서 나가라고 했어요. 아니면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라고도 권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습니다. 나중에는 '당에 일임하겠다'는 말을 하고 맡기면 지도부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절충안이 제시됐지만 정 전 장관쪽에서는 함정이라고 생각하더군요."
_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반대했는데요.
"내가 구속수사에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대변인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법대로 해야 한다, 다만 전직대통령 예우와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정도로 말하겠습니다."
_정치권 주변에선 노 전 대통령과 주변세력의 정치재개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박연차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는 음모론이 돌고 있습니다만.
"그런 얘기를 나도 들었는데 증거는 없고…하지만 표적사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1년동안 먼지 털듯 수사해온 게 사실 아닙니까. 국민여러분도 다 압니다. 정치보복이다, 이 정권이 치사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_검찰이 여권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렇게 하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나도 한나라당에게 고발돼 있어요. 이 사건 처리를 위해서도 수사를 안 할 수 없어요.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둔 것입니다. 그 수사를 하려면 천신일 10억 수수설과 당비대납설, 한상률 전 국세청장 기획출국설 등 3대 의혹과 대선자금 수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_정치자금법이 너무 엄격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당내경선이나 대선출마의 경우 보완이 필요하지만 나머지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평소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데 그 정도면 지장이 없습니다."
_정 대표는 의원세비만으로 생활이 됩니까.
"됩니다. 교육은 평민처럼 시키면 되고…. 당내 경선에 나서면 기탁금을 내야 하지만 일반의원들은 문제 없어요. 난 딱 1번 출마해서, 그래서 잘 모르는지 모르지만…하하."
_화제를 국회로 돌려보겠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본회의에 넘어가있는데 처리해줍니까.
"정부 여당도 상임위 통과로 미국과 얘기하겠다는 생각 같아요. 본회의를 통과시켜놓고 사이드레터 등 편법 재협상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회의 처리 전에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오면 우리도 문제조항의 개정을 요구하자는 입장입니다."
_4월 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처리가 불발됐는데요.
"우린 반대하지만 실력저지는 안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여당의 자중지란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6월 국회에서도 실력저지는 안 할 겁니다."
_미디어법은 어떻게 합니까.
"그건 다릅니다. 확실히 막을 것입니다. 사이버모욕죄도 양보할 수 없어요. 네티즌들이 국내 포털을 떠나고 이메일도 외국 것(hotmail)을 쓴다고 합니다. 검찰이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수사하면서 이메일 7년치를 수사했다는데, 이런 것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_뉴민주당 플랜의 골자는 무엇입니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지향점은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중산층이 우리쪽으로 돌아서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제 때문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도 팽배해 있습니다. 이런 걸 담아낼 것입니다. 뭘 선언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번에 부평과 시흥에 수도권의 수많은 당원들이 결집했습니다. 이게 변화입니다."
_작년 전당대회 때 지구당 부활을 공약했는데요.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부활시킬 것입니다. 정개특위가 가동되니 정기국회 때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도는 현역들에게 너무 유리하고 정치신인에 불리합니다."
_친노 386에 업혀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악의적인 정치공세입니다. 내가 임명한 386이라곤 강기정 비서실장과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 딱 2명입니다. 안희정, 김민석 최고위원 모두 선출직입니다. 386이면 40대 한창 일할 나이고 우리사회의 중심입니다. 당연히 활발히 활동할 세대입니다."
인터뷰=이영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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