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격리됐다가 4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A씨는 "독감도 앓아봤지만, 그것보다 크게 심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겪었던 증상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A씨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신종플루에 감염됐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비록 A씨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신종플루가 유입되기는 했지만, 그는 신종플루가 사실상 별 게 아니라는 사실 역시 확인시켜준 셈이다.
A씨는 이날 오전 국군수도병원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귀국) 비행기 안에서 피곤하다 생각했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통증도 거의 없었고, 편도가 부어 목만 좀 깔깔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10여일 동안 봉사활동을 한 뒤 지난 달 26일 귀국했다.
A씨의 주치의였던 최강원 국군수도병원 감염내과 과장도 "비행기 안에서는 기침도 나고, 오한도 있었지만 내렸을 때는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고, 지난 달 28일 병원에 격리됐을 때는 이미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한 치료과정 역시 타미플루 투여 말고는 일반 독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 과장은 "타미플루를 (입원 7일 가운데) 5일 동안 복용했고, 나머지는 대중적인 감기 치료와 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바이러스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병원의 7층 음압유지 격리병동에 수용됐다는 것. 음압 병실은 병실 안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해 문 밖으로 환자가 호흡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해 준다.
이 병실은 주치의였던 최 과장 빼고는 일반 의료진에게 조차 출입이 통제됐다. 대신 병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TV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확인됐다. 최 과장도 고글을 끼고 우주복 같은 항균 복장을 해야 출입이 허용됐다.
"불안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A씨는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오늘부터 다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마음을 가졌다"며 "지난 2일에는 병이 다 나았는데, 언론에서 확진으로 판정됐다고 하니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인이다.
A씨는 우리나라 신종플루 최초환자이자, 바이러스 진앙지로서 겪어야 했던 인간적 고통도 털어놓았다. A씨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잤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접촉은 없었지만, 화장실을 세 번 다녀 왔다"며 "(같은 비행기 탑승객 1명이 추정환자로 판명된 데 대해) 그래서 한명 발생했다고 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자 아픈 건 문제가 안되지만,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프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면 조심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씨를 통해 감염됐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사람은 자신을 인천공항에서 숙소로 태워줘 차 안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보이는 40대 여성 동료 뿐이다. 숙소에는 40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여성 말고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혼자서 밥 먹고 화장실 갈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스스로 조심했기 때문이다.
이날 퇴원으로 A씨는 신종플루 확진환자 족쇄를 벗어나게 됐다. 한국에도 확진환자가 있었다는 통계만 남을 뿐이다. A씨는 "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했는데,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특히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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