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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전 대통령 위선적 비리 엄정히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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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전 대통령 위선적 비리 엄정히 가려야

입력
2009.05.0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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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채 검찰에 출두했다. 그는 어제 아침 봉하마을 사저를 나서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재임 중의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치욕스러운 기록을 남긴 책임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으로 보고 싶다. 14년 만에 되풀이된 국가적 수치에 노여움과 민망함이 엇갈리는 착잡한 심정이던 국민도 더러 위안을 느꼈을 듯하다.

전직 국가원수가 또다시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참담한 사태에 마주해 '사죄와 위안'을 먼저 언급한 것은 그게 무엇보다 절실한 때문이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국민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깨닫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무하는 도리를 다하는 것이 정치적 시비와 사법적 다툼 등에 모두 앞서는 과업이다. 노 전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죄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은 한결 차분하게 그의 상경 길과 검찰 출두를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75억원에 이르는 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도덕적 파산과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서면 답변에서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부인에게 건넸다는 100만 달러는 "아내가 한 일이라 몰랐다"고 주장했다. 조카사위를 거쳐 아들에게 흘러간 500만 달러도 "퇴임 뒤 알았다"고 했다. 특히 100만 달러의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에 비춰 이른바 실체적 진실은 재판에서 가릴 수 밖에 없다. 또 반드시 가려야 한다. 그게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제대로 정리하고, 엄정한 교훈을 남기는 길이다. 지레 '불기소 처리'를 논하는 것은 법 원칙 등 어떤 기준에도 합당하지 않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불구속 기소해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평성 논란이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은 나라의 체면과 국민의 자존심을 더욱 손상시킬 것이다. 지각있는 다수 국민의 뜻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사리를 바로 헤아린다면, 사태의 의미를 왜곡ㆍ과장하는 것은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정치 보복' 운운하는 것은 허위의식에 매달리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새삼 강조하는 것도 본질을 비껴가는 것이다. 반대로 그가 앞세운 이념적 구호와 정치 행태를 혐오한 이들이 '노무현시대 청산'을 외치는 것도 그리 적절치 않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재임 중 이미 신랄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그가 어설프게 추구한 가치에 얽힌 고유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런 고상한 가치와 무관하게 '인간 노무현'의 위선적이고 졸렬한 진면목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엄정한 법의 심판에 초점을 맞춰야 진실로 값진 교훈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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