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부드러운 '태껸 고수' 조한승이냐, 불 같은 파괴력의 '쿵푸 강자' 구리냐? 우승 상금 3억원이 걸린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원년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조한승과 구리는 지난 달 29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각각 이세돌과 조훈현을 물리치고 최종 결승 무대에 올랐다. 5번기로 겨루는 결승전은 1일부터 시작, 먼저 3승을 거두는 기사가 나올 때까지 매일 저녁 7시에 열린다.
결승전은 바둑TV와 국내 주요 인터넷바둑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므로 바둑팬들은 황금 연휴 기간 중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실 조한승의 결승 진출은 약간 뜻밖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세돌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급 고수들의 대결, 더욱이 단판 승부에서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법, 그동안 여러 차례 중요한 고비에서 이세돌의 발목을 잡았던 입단 동기 라이벌 조한승의 저력은 역시 대단했다.
조한승은 시종일관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이세돌의 '강함'을 감싸안아 155수만에 알기 쉽게 바둑을 끝냈다.
상대인 구리도 결승행이 쉽지는 않았다. 비교적 쉬운 상대라고 여겼던 50대 후반의 '원로기사' 조훈현의 무시무시한 '흔들기'에 휘둘려 자칫 나락에 빠질 뻔 했다가 간신히 반집승으로 기사회생했다.
조한승과 구리의 결승 5번기 전망은 아무래도 현재 세계대회 4관왕인 구리 쪽으로 약간 기울 수 밖에 없다. 상대 전적 역시 1승5패로 조한승이 열세다. 두 선수는 2001년7월 제4회 한 · 중 신인왕전 3번기에서 처음 만났다.
첫 판은 조한승이 이겼으나 이후 두 판을 내리 져서 결국 구리의 승리로 끝났다. 두 번째 만남은 6년 뒤인 2007년 8월 제11회 한 · 중 천원전. 구리가 2연승으로 간단히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해 8월 제4회 도요타덴소배 본선 8강전에서 다시 만났으나 구리가 또 이겼다. 조한승으로서는 벌써 5연패째다.
구리의 바둑은 강렬하다. 완력이 강해서 어지러운 싸움을 즐기고 승부처에서 한 번 찬스를 잡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이세돌과 비슷한 과다. 하지만 종종 바둑에 너무 취한 나머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는 게 스스로인정하는 약점이다.
구리는 한동안 세계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으나 2006년 LG배서 우승한 이후 2007년 춘란배, 2008년 후지쯔배, 2009년 도요타덴소배와 LG배 등 매년 한두 개씩 세계타이틀을 추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세계대회 결승에 다섯 번 올라 다섯 번 모두 우승했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1년에 세 차례 발표되는 중국 랭킹에서 무려 16차례나 1위에 오른 중국바둑계의 명실상부한 제1인자다. 1983년생으로 1995년 입단, 2001년 신인왕전에서 첫 우승 이후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31번 정상에 올랐다.
이에 비해 조한승은 한 마디로 부드럽다. 균형감각이 탁월해서 절대 무리하지 않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기풍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성격 탓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버릇이 있다.
종종 결정타를 놓치고 오히려 역전패를 당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2% 부족'이다. 1982년생으로 구리보다 한 살 많지만 입단은 같은 해에 했다. 구리와 마찬가지로 2001년에 제11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게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이다.
그후 LG배서만 네 번 4강에 올랐고 2005년과 2008년에는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서 준우승을 했다. 2006년에 이세돌을 꺾고 천원타이틀을 땄지만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조한승의 생애 첫 타이틀이 '비씨카드배' 신인왕이었으므로 어쩌면 이번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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