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몰락이 고스란히 이탈리아 피아트의 대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세르지오 마르치오네(57)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는 3일 "피아트의 핵심 자동차 부문을 분사한 뒤 크라이슬러, GM 유럽 법인과 합작해 피아트ㆍ오펠(가칭)이라는 새 자동차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아트ㆍ오펠은 연간 600만~7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800억유로(약 135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피아트ㆍ오펠은 자동차 생산 대수 기준으로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다. 피아트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기준으로 자동차 생산 판매 대수 9위에 머물러 있다. 그는 "이달 말까지 피아트ㆍ오펠 설립을 완료하고 올해 중반에 유럽 증시에 주식을 상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GM 유럽법인 인수와 관련, 마르치오네는 "오펠, 복스홀, 사브 등 GM 유럽법인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이 성사되면 피아트ㆍ오펠은 페라리, 알파로메오 등 스포츠카 중심에서 일반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겸비한 종합 자동차 업체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피아트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틈타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피아트는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 품질 불만이 제기되면서 철수했다"며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피아트는 지난달 말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갖고 제휴를 맺기로 합의했다.
마리치오네는 2004년 6월 취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이듬해인 2005년 4분기에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다. 17분기만의 흑자 전환이었다. 피아트는 자동차 업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액 593억유로(약 100조원), 당기순이익 17억유로(약 2조 8,000억원)를 달성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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