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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17·끝> 시리즈 참여 교수 '삼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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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17·끝> 시리즈 참여 교수 '삼각 인터뷰'

입력
2009.05.0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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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연세대 행복연구모임과 공동으로 기획해 1월4일부터 매주 월요일에 게재해온 '행복하게 사는 법'시리즈를 이번 17회를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본보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취지 아래 4개월 동안 기획 기사를 연재해왔습니다. 이제 시리즈를 끝내면서 본보는 기획에 참여해온 연세대 교수 3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시리즈를 정리하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김주환 교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은주 교수 (연세대 교육대학원)

서은국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

- 지난 4개월 동안 소개한 '행복하게 사는 법'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한두 가지 꼽는다면.

▲김주환 교수= 저는 우선 감사하기 훈련을 권하고 싶습니다. 매일 밤 취침하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감사할만한 일을 5가지 가량 일기에 적도록 합니다. 감사 일기를 3주 동안 계속 쓰면 스스로 느낄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서은국 교수= 행복을 결정짓는 변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과 생각의 습성입니다. 이 가운데 변화의 소지가 더 큰 것은 생각입니다. 한국인은 지나치게 타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내가 옳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인의 평가와 시선보다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김은주 교수= 자녀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한 시급한 과제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회복시켜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아이들의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또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를 현실에 맞춰 조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남보다 잘하기'를 주문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행복하게 사는 법'원고를 쓰면서 느낀 소감과 이번 기획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평가는.

▲서은국= 저는 몇 사람에게라도 행복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원고를 썼습니다.

▲김은주= 미국에서 미주한국일보를 읽은 분들도 연락을 주시는 등 여기저기서 "잘 읽었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특히 과도한 선행학습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 젊은 학부모들이 "공감한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김주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행복은 권리라기보다는 의무라는 사실입니다. 나의 부정적 감정은 전염성이 강해서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 감정을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공동체적 의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그동안 '이런 자세로 생각하고 생활하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글을 많이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요.

▲김은주= 개인 차원에서 자율성 확대가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인 것처럼 국가도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은국= 노벨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네만 교수와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 교수를 중심으로 2006년 UN 행복지수개발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6명의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경제적 지표 외에도 행복도가 국가정책의 새로운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UN에 제출했습니다. 행복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측정하고 향상시켜야 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과 제도가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회적 인프라(사회 안정, 존엄성)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됩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노력들이 개인의 행복감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입니다. 국가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실제 행복의 성취에서는 개인의 몫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환= 돈이나 경제적 재화가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우리 정치권은 수십 년 동안 경제발전 구호만을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경제 자체가 정치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경제는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이제는 국민의 행복수준 향상이 정치의 목표여야 합니다. 국민 행복 증진이 정치의 존재이유라는 생각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이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김은주='모든 것은 지나간다. 역경 후에는 더욱 좋은 시간이 온다' 는 믿음을 갖고 대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 것만 챙기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나의 행복이 증폭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김주환= 역경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괄시, 어머니의 무관심, 좋지 않은 학교 성적, 우울증, 병약한 신체 등 온갖 불행이나 역경에도 불구하고 처칠과 링컨은 위대한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끊임 없는 역경 속에서 살고, 모함도 받았던 이순신 장군 역시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고난을 긍정적 시각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서은국=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긍정적 반전이 이뤄집니다. 역설적이지만 어렵기 때문에 새롭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도 많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로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행복론을 학교의 과목으로 정해 가르치는 국가들도 있다고 하는데.

▲김은주= 일반적으로 사람의 행복감 가운데 50% 정도가 유전이고 50% 정도는 환경과 후천적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등의 행복해지는 전략은 막상 배우고 나면 매우 간단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원리를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탈 벤 샤하르 교수의 행복 과목입니다. 우리도 행복론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 가르친다면 국민 전체의 행복감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모든 교육의 기본입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핵심은 긍정적인 감정, 즉 행복입니다. 지나친 경쟁으로 살벌해진 우리 공교육을 살리고, 급증하는 청소년들의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행복론 교육이 매우 시급합니다.

- '남을 돕는 것이 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은국=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에너지와 의욕이 생긴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은주= 우리는 남을 도우면 기분이 좋아지도록 태어났습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남을 돕는 사람입니다. 남을 돕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높은 수준의 행복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김주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우리의 뇌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 우리 자녀들을 공부도 잘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은주= 우선 아이가 행복하면 자신의 일도 잘해낼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과제를 주고, 그들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주환= 성취 압력과 스트레스를 잘 견뎌내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최대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줘야 합니다.

▲서은국=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재미만큼 큰 보상은 없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더 몰입하게 되고, 더 몰입할수록 재미가 커집니다. 부모의 의욕만으로 자녀가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미끼'를 많이 던져놓고 언젠가 그것을 물기를 기대하는 부모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김주환=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의 문을 열고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표정 따라 하기와 적극적 듣기, 함께 환한 미소 짓기 등을 권해드립니다.

▲김은주= 모든 관계에는 상호 작용성이 있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배려해주면 그 사람도 나에게 잘하게 됩니다. 직장에 취업한 학생들에게 내가 해주는 조언은 '직장에서 상사에게 인정 받고 싶다면, 먼저 상사를 존중하고 상사의 좋은 점을 보자' 는 것입니다.

-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 조언해주신다면.

▲김은주=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 상대방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줄까'에 초점을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랑 받는 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은 내가 마음 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서은국=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는 결혼과 같은 장기적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것이 빠지면 의무와 책임만이 부각되기 쉽습니다. 각자의 취미와 생활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부부 간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 필요합니다.

▲김주환= 행복한 부부의 필수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입니다. 서로 존중하는 부부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상대방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부부는 영원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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