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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모셔오라" 이달부터 유치·알선 전면허용… 병원들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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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모셔오라" 이달부터 유치·알선 전면허용… 병원들 잰걸음

입력
2009.05.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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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우봉식(47ㆍ재활의학과 전문의)씨는 최근 강남에 여행사를 직접 차렸다. 해외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국내 병원에 소개해주는 외국인 환자 알선 전문 여행사다. 그 동안 환자 알선 대가로 돈이 오가는 것을 금지해왔던 의료법 규정이 1일부터 풀리게 되면서 가능해진 신종 업체다.

우씨는 알선료로 진료비의 10~20%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여행사 직원을 9명 두고 러시아 사무실 개설도 준비 중인 우씨는 "러시아 중산층, 베트남 상류층 등을 상대로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며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환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ㆍ알선 행위가 전면 허용됨에 따라 병ㆍ의원, 여행사,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유치 대행사 설립에서부터 시설 확충, 지역 관광과의 연계 작업까지 분주한 모습이다.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경우 전문의가 한 명 이상 있으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고, 대행사인 유치업자가 되려면 1억원 이상의 자본금에다 1억원 이상의 보증보험 가입이 필요하다.

환자유치 사업은 병원 뿐만 아니라 여행사나 일반기업까지 뛰어들 태세여 벌써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유치업자 등록을 받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쇄도하고 있다.

진흥원은 400~500개의 의료기관 외에 50여개 업체가 유치업자 신청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흥원 관계자는 "자체 환자 유치에 나서는 병원 외에도, 유치 대행 사업을 위해 여행사나 일반 기업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사무소를 열어 해외 교민 유치에 직접 나선 반면, 다른 대형 병원들은 일단 전문대행사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전문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제진료소 소속 의사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러시아 통역 요원을 확충하는 한편, 외국인 전용 병동 설립도 논의 중이다. 아산병원은 최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사이트를 개설했고 검진 상품 등도 개발하고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치과를 중심으로 중소병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강남의 S피부과는 이달 중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서 직접 설명회를 열 예정이고, A치과는 최근 일본 대행사와 사업제휴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서울 명동의 J성형외과 이모(42)이사는 "관광과 의료를 겸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일본어가 능숙한 간호사와 코디네이터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관광과 연계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 중 일본 도쿄에서 의료관광객 유치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고 대구시도 외국인 환자 시장개척단을 꾸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법 개정으로 올해 국내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5만 명에 이르고 2013년에는 20만 명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환자 유치 과열 경쟁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저하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행사들이 커미션을 많이 주는 병원에만 환자를 소개할 가능성이 크고, 병원 간 커미션 경쟁이 붙으면 의료 서비스 저하 우려도 있다"며 "대행사들의 농간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 병원에 실망만 하고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관계자도 "의사, 간호사 등 전문인력과 병동 등 기본 시설은 확충하지 않고 무턱대고 돈 되는 외국인 환자를 잡겠다는 병원이 많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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