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 파리가 150년 동안 간직해온 외형을 확 바꾼다.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대대적인 개조작업이 마무리되면 파리는 더 빠르고 더 푸르고 더 거대한 모습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파리시와 교외지역을 초고속 교통망으로 연결해 거대도시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그레이터 파리'(Greater Paris) 계획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계획을 통해 파리를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와 경쟁할 수 있는 친환경 경제허브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곽순환도로 안에는 현재 200만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850만명이 모여 사는 '거대 런던'에 비해 인구도 적고 면적도 15분의 1에 불과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분석이다.
350억유로(61조원)가 투입되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건축가 10여명을 영입해 교통망 확충과 도시 설계를 맡겼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계획은 파리를 세계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 교토 협정에 걸맞는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우선 정부와 민간자본을 함께 투입해 총연장 130㎞의 고속순환철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파리와 핵심 교외지역 6곳을 연결해 교외지역 주민과 통근자들에게 도심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교통망이 확충되면 메트로폴리스 모든 구역에서 30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다. 계획안에는 또 샤를드골 공항 주변에 새로운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도시 외곽에 친환경 초고층빌딩을 건립하며 매년 7만 가구의 신규주택을 짓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파리는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개조작업이 이뤄진 후 현재까지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적 분위기가 풍기는 도심과 아름다운 교외지역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빈민자와 이민자가 집단 거주하고 이들이 도심으로 진입하는 대중교통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심각한 계급갈등을 유발해왔다. 이민자 집단 거주지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동도 도심과 단절된 외곽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불평등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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