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재보선은 민주당 거물 정치인들의 입지를 크게 변화시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각자의 정치적 마지노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당을 둘러싼 두 정씨의 차기경쟁은 더욱 불을 뿜게 됐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에게 전북 전주 2곳을 내줬지만 최대 격전지인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과 경기 시흥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 당내 입지를 유지할 근거를 마련했다. 정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수도권 당선자 환영식에서 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던 것은 이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그는 "수도권에서 이긴 것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도 선거 책임론이나 조기전당대회 요구는 상당부분 잦아들었다. 다만 전북과 호남 대표성을 놓고 정 전 장관에게 완패한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 전 장관은 최대의 승자다.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을 동반 당선시킴으로써 호남 영향력을 명확히 했고, 복당 명분도 축적했다. DJ의 민주당 지원사격까지 이겨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이 자신을 키워준 친정을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인 것, 선거 과정에서 무리한 승부수를 던진 것은 대권주자로서는 큰 타격이다. 때문에 그는 이날 당초 공언한 복당신청을 연기하고 전주에서 당선사례를 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보냈다.
스스로 유화국면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복당 문제는 본인보다는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가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측을 다각도로 접촉하며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10월 정치 복귀 명분 쌓기에 100% 성공했다. 정 대표의 요청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부평을과 시흥을 구석구석 누비더니 29일 곧바로 칩거지인 강원 춘천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많았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재보선을 통해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민주당은 그를 전주 완산갑에서 급파해 "김심(金心)은 민주당에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 부각시켰다.
또 전남 장흥(광역의원선거)을 찾아 "DJ를 생각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주은 물론, 전남 장흥과 광주서구 기초의원까지 호남에서 전패했다. "이젠 김심이 변수가 못되고 메신저 역할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박 의원도 추락한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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