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돼지 200마리가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돼지 위험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가 돼지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돼지독감'이라는 명칭을 'H1N1' 바이러스로 바꿨다. 하지만 캐나다의 돼지 감염 소식은 이 같은 명칭변경이 성급한 결정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신종플루의 확산은 다소 주춤해졌다. AP통신은 3일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자니 확산 정도가 주춤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자니 찜찜한 구석이 있다"며 방역 당국자들이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박사 역시 북미 이외 지역에서 신종플루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도 전염경보 수준의 격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확산 여부를 놓고 명쾌한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는 여전히 신종플루의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으로부터 돼지 감염
캐나다에서는 돼지가 사람으로부터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는 인체에서 가축으로 전염된 첫번째 신종플루 감염사례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앨버타주에서 돼지 200여마리가 H1N1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여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들은 최근 멕시코를 여행하고 돌아온 농장 직원을 통해 감염됐다. 농장 직원은 현재 회복된 상태이며 지난달 24일 이후 신종플루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돼지들 역시 한 마리도 죽지않고 회복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사람에게서 돼지로 신종플루가 전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등 북미 국가에서는 돼지고기 수출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신종플루 감염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전파된 것이기 때문에 당장 새로운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신종플루와 돼지 간의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돼지와의 접촉이나 돼지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으로부터 가축으로의 전염이 확산될 경우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등 사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보건당국은 돼지고기 등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 멕시코의 외교 갈등
중국이 신종플루의 상륙을 우려, 멕시코인에 '적색경보 '조치를 내리면서 두 나라가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중국이 25세의 멕시코 남자가 신종플루에 양성반응을 보이자 그가 묶은 호텔을 차단하고 감염 증상이 없는 다른 멕시코인을 격리했다"며 "중국 정부가 멕시코를 출발, 상하이로 가는 모든 항공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등 반 멕시코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멕시코산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멕시코 여행제한 조치를 취했으며 전세기를 멕시코로 급파, 현지의 중국이 여행객을 상하이로 수송하기로 했다. 이 같은 중국의 조치에 멕시코가 도를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는데다 인구도 많고 위생 상태가 떨어져 한번 발병하면 급속히 전파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피델 헤라라 주지사가 "중국 푸칭(福淸)시의 죽은 돼지가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플루의 발원지"라고 발언해 먼저 중국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