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린 딸이 있다면 가수 윤하(22)처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열일곱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리콘(일본 대중음악 차트)의 혜성'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은 후 귀국, 피아노 록의 열풍을 이끌면서 가창력의 가수로 인정받은 윤하.
한국외대 일본학과(3학년 재학 중)를 휴학 없이 꾸준히 다니는가 하면, 최근엔 주연급 배우로 일본 영화계에 데뷔하기도 했다. 윤하는 그래서 예능과 공부, 그리고 외모까지 갖춘 이상적인 '딸의 모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숨가쁠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걸까. 최근 선보인 윤하의 3집 앨범 '피스 러브 앤 아이스크림'도 2집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나온 것이다. 신보 활동하랴, 중간고사 공부하랴 바쁜 스케줄을 쪼개 만난 윤하는 의외로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 티를 벗기 위해 노력하던 2집까지의 윤하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어린 가수라는 부담, 이제 털었어요. 겨우 일본에서 자리잡고 국내로 돌아와 다시 신인 생활로 돌아갔을 때도 어린 게 부담이었죠. 지금은 주변 분들이 어른으로 취급해주고, 그래서 책임감도 생겼어요." 짧은 커트머리로 직선적인 외모를 내세웠던 이전과 달리 귀여운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게 다 그런 부담을 씻은 덕분이란 말도 오갔다.
에이브릴 라빈을 떠올리게 하는 시원한 창법의 '비밀번호', '텔레파시' 등 이전 곡들로부터 3집은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지만 유로 팝,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보다 대중적인 코드로 담은 게 눈에 띈다. 주변에도 윤하의 신곡들이 1,2집보다 "쉽게 들린다"는 평이 많다.
"그렇다니 다행이에요.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고집이 쉽게 꺾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2집까지의 곡들은 제 주관에 맞춘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걸 좀 내려놓고 듣는 사람들을 위한 곡들로 나섰어요. 그렇다고 저의 출발점에서 많이 벗어난 건 아니니까 지켜봐 주세요."
첫 곡 '피스 러브 앤 아이스크림'은 어쿠스틱 기타에 맞춘 감미로운 곡이다. 세번째 트랙 '브레이크 아웃'은 일렉 기타의 리드로 시작된다. CD커버도 기타를 맨 윤하의 모습이다. 피아노 록의 분위기보다 기타가 앞선다.
"특별히 기타를 강조하려고 한 건 아니고요. 2집 때부터 점차 기타가 이끄는 곡들이 많아졌어요. 요즘엔 제 목소리가 기타와 더 잘 어울린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기타음이 많네요. 팬들이 전체를 다 들었을 때 정말 앨범 잘 샀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어요."
타이틀 '1,2,3'은 스웨덴 작곡가들이 만든 곡으로 펑키하면서 컨트리한 느낌이 경쾌해 아바 냄새도 약간 난다. 2집의 '포 카타리나'와 마찬가지의 피아노 연주곡 '쉬 이즈'와 자작 발라드 '사랑하다'는 기타를 내려놓은 다소곳한 윤하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았다. '러브유…'는 그의 첫 댄스곡이기도 하다.
"수록곡 수(10곡)가 예전보다 줄어서 어떻게 보일까 걱정도 했지만 정말 제 손을 많이 탄 앨범이니까 자신있어요. 2집까지는 뭐랄까, 힘이 가득 들어간 곡들이었죠. 임팩트가 강했고, 신인의 패기로 부른 것들이라고 해야죠. 하지만 이번 곡들은 한결 부드러워요. 록 사운드라도 이전 곡들보다 편하게 들리는 게 그런 이유죠."
윤하는 일본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이번 일요일에'에서 주연을 맡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음악활동 하는 와중에 장편영화 촬영이 어느 틈에 가능했을까.
"작년에 촬영이 끝난 영화인데, 그나마 유학생 역이라 나쁘지 않았어요. 그때 2집 활동과 겹쳐서 정신이 나갈 정도로 바빴죠. '은퇴할까' 생각할 정도로 힘에 부쳤어요. 그런데 이후 많이 쉬니까 금세 충전이 되더라고요. 제가 이것저것을 한번에 하는 걸 좋아하긴 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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