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대와 고려대에 러시아센터가 개설됐다. 러시아의 비영리 재단 '루스키 미르'가 설립 비용을 댔고 앞으로 운영 비용도 부담한다. '러시아의 세계'라는 뜻의 루스키 미르는 2007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구촌에 러시아어를 보급하고 자국의 교육ㆍ문화 등 소프트 파워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지금까지 이 재단이 설립한 러시아 센터는 옛 소련에 속했던 독립국가연합(CIS) 나라들과 미국 일본 벨기에 등에 모두 21개. 여기에 우리나라에 설립된 2개를 합하면 23개에 이른다.
▦ 지난달 4일 제주한라대학에서는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5위인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자학원 개원식이 열렸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의 문화, 역사, 정치, 경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세계 각국에 설립해나가고 있는 기관. 2004년 서울에 최초의 공자학원이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81개 나라에 324개의 공자학원이 만들어졌다. 2010년까지 500개로 확대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목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이 국가적 사업을 총괄하는 공자학원 총부를 베이징에 설립했다. 보다 체계적으로 이 사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다.
▦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유력 국가들은 일찍부터 문화원 등을 통해 자국의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1100개)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230개),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128개) 등이 그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뒤늦게 막대한 열정을 갖고 이런 경쟁에 뛰어 들었다. 직접 상대국 국민과 시민사회를 상대로 펼치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중요성을 깨달은 탓이다. 세계는 정부 주도의 전통적 외교보다는 공공외교가 주도적 흐름을 이루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한국학술연구원(이사장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주최한 '한국 공공외교의 현황과 과제' 포럼에서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공공외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서는 공공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많이 제시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중심으로 공공외교를 펼쳐오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체계화하지 못한 탓이다. 끊이지 않는 국가적 망신살도 우리의 공공외교를 가로막는 적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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