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돼지 인플루엔자 추정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환자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입국자들 뿐 아니라 최근 멕시코에서 입국한 1만 여명 가운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상당수에 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돼지 인플루엔자 역시 호흡기 감염이기 때문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유사한 비율로 사람들간 감염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스의 경우 환자 1명당 3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추정환자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 질병관리본부는 일단 탑승객 315명 가운데 이 환자가 앉았던 자리 반경 6m내에 있었던 승객 8명과 승무원 등에 대해 검체 검사를 실시하고 치료제를 투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비행 시간이 12시간이 훨씬 넘기 때문에 이 환자와 함께 타고 온 승객들 중 상당수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고, 또 이들이 귀국한지 이틀정도 지났기 때문에 국내에 추가로 감염시켰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가 확산된 지난 17일 이후 멕시코를 거쳐 들어온 1만 여명의 입국자. 질병관리본부가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지 4일이 지났지만, 자진 신고 건수는 이번에 추정환자로 확진된 1명을 포함해 7건에 불과하다. 7명중 1명이 추정환자라면, 1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잠복기간(3~7일)을 거친 후 바이러스가 자연 소실됐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잠복기간이거나, 증상이 발현됐지만 일선 병ㆍ의원에서 일반감기 환자로 취급했을 경우가 많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특히 이번 추정환자가 공항 열감지대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 하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돼지 인플루엔자는 발열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열상장비 촬영은 무의미할 수 있고, 사스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잠복기에도 감염되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위생수준이 높고 전염병 감시체계가 치밀하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돼지 인플루엔자는 사스와 같은 호흡기 감염이기 때문에 사스와 비슷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병철 교수도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지하철과 병원 입원 환자 등을 통해 사스처럼 확산될 수 있다"며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유입된다고 해도 독성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이 돼도)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고, 멕시코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감시체계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유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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