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반짝'이라고 치부한 K리그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광주발 돌풍'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K리그 판도를 뒤집고 있다. '불사조 정신'의 광주상무는 구단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듯 매 경기 새 역사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광주는 지난 26일 강원전 3-1 승리로 2003년 창단 이래 최초의 홈 4연승에 성공했고, 5승1무1패(승점 16)로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최하위에서 1위로 도약한 '꼴찌 반란'의 원동력을 짚어봤다.
■ 부상자 없는 광주의 예견된 힘
K리그의 몇몇 감독은 광주가 리그 초반 연승을 이어가자 "언젠가 당할 줄 알았다. 내년에는 더 강해질 텐데 걱정"이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감독들의 냉정한 평가처럼 광주의 돌풍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매년 선수단 구성이 급격히 바뀌는 광주 구단의 특성상 꾸준한 경기력과 완벽한 조직력을 보여주기란 힘들다. 게다가 용병이 없는 데다 얇은 선수층 탓에 광주는 부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강조 광주 감독은 "지난해도 중앙 수비수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광주의 돌풍은 부상자 없이 베스트 멤버를 줄곧 가동시키며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이 감독은 "우리는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크다. 13명 정도가 베스트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 모두 부상 없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병+이등병의 힘
지금의 '불사조군단'은 상병과 이등병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입대했던 김명중 김용대 이완 등은 상병. 최성국 최원권 배효성 박병규 등은 올해 합류한 이등병이다. 상병들이 닦아놓은 조직력에 개인 기량이 뛰어난 이등병이 가세하면서 광주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감독은 "올해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고, 기존의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와 기량도 향상됐다. 리그 초반의 연승으로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나 좋은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상승세의 원인을 밝혔다.
특히 상병과 이병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김명중과 최성국의 콤비 플레이가 광주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광주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김명중과 최성국은 각각 7경기에서 5골(2도움), 3골을 기록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 팔색조 전술과 토털사커의 힘
이 감독은 올 시즌 다양한 전술로 팀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광주의 기본 포메이션은 포백을 기준으로 하는 4-2-3-1 포메이션이다. 하지만 상대의 전형에 따라 4-3-3 포메이션을 내세우기도 하고, 경기 중에 김명중과 최성국이 투톱으로 배치되는 4-4-2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 같은 맞춤형 전술은 '멀티맨'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최원권은 광주의 키플레이어로 측면수비수, 중앙미드필더, 측면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전광환 역시 측면수비와 공격을 볼 수 있는 자원이다. 이외 박병규도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수비를 번갈아 볼 수 있다. 광주로선 멀티맨들로 인한 전술의 유연성 발휘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또 올 시즌 광주의 플레이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라는 네덜란드식 '토털사커'와 흡사하다. 이 감독은 "다른 팀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상 떨어지기 때문에 한발 더 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중원에서 압박을 해주기 때문에 현대축구에서 중요한 미드필드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는다"고 힘을 줬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