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멕시코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1,600여명이 발병하고 150여 명이 사망했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인근 미국은 물론 유럽, 뉴질랜드까지 확산되어 인류의 세계적 대재앙인 신형 슈퍼 독감의 출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돼지 인플루엔자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부는 즉시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방역ㆍ치료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예방보다 발병 대응 잘해야
이번 인플루엔자의 원인은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으로, H1N1형에서 유전체가 변형된 신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전에 없던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RNA형으로, DNA에 비해 구조가 불안정하다. 유전자 구조가 막대형이 아닌 토막형이어서 유전자가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쉽게, 자주 섞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돼지는 자신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물론 닭 오리 등 AI바이러스와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를 몸에 갖고 있으면서 2종간 또는 3종간 유전자 교환을 해 항상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곤 한다. 돼지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배합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과거에도 사람에게 잘 드나들었다. 사람 몸에 이를 받아들이는 기구가 있어 이 바이러스는 쉽게 사람에게 전파되고 AI에서 볼 수 없던 사람간 전파도 쉽게 이루어진 것이다.
새로 출현한 신종 바이러스의 독성이 강하고 사람간 전파까지 확인된 이상 더 독한 게릴라 인플루엔자로 변형돼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정부와 국민은 이번에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세계는 일일 생활권으로 거리가 좁혀졌다. 증세 없는 잠복기에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사망자가 없도록 하는 방역은 불가능하다. 예방적 방역보다는 환자 발생, 입원환자 급증, 사망과 발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적합한 대응에 역점을 둬야 한다.
우선 국민과 의료진에게 예방 및 발병 초기 대응을 잘 교육시켜서 건강을 스스로 지키게 하고, 환자를 조기 발견해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타미플루가 치료에 충분할 만큼 비축돼 있고, 릴렌자도 한국 몫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고 있다니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인플루엔자 치료에 타미플루나 릴렌자가 없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각자 고유의 방어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 병에 안 걸릴 수 있고, 걸려도 가볍게 나을 수 있다. 그래서 흑사병, 스페인 독감 등 큰 전염병의 재앙에서 인류가 살아 남고 발전한 것이 아닌가. 각자 신체의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과로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또 술이나 담배는 잠시만이라도 끊어야 한다.
물만 보면 마시고 손 씻기를
그 다음으로는 바이러스의 신체 침입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는 기침으로 튀는 것보다 훨씬 많다. 물만 보이면 손을 씻고, 특히 밖에서 손으로 코와 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환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열이 나는 등 독감 증세가 있으면 납작 엎드리는 게 상책이다. 휴식은 최고의 치료다. 학교와 직장을 쉬고 잘 먹고 잘 쉬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달려가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돼지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한다 해서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는 국민 교육수준이 높고 의료 수준도 세계 최상급이므로 얼마든지 싸워 이길 수 있다.
박승철 성균관대 의대 교수ㆍ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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