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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선생을 기억하며…1주기 맞아 삶·문학 재조명, 비평집 추모문집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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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선생을 기억하며…1주기 맞아 삶·문학 재조명, 비평집 추모문집 등 출간

입력
2009.05.0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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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1주기(5월 5일)를 맞아 추모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인의 문학적 토지인 통영과 원주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그 문학과 삶을 재조명하는 추모문집과 비평집도 출간되고 있다.

고인의 고향이자 유택이 있는 경남 통영에서는 5월 4~5일 유족이 참가한 가운데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4일 '추모의 밤' 행사에서는 '통영과 박경리'를 주제로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추모강연이 있고, 5일 오전 산양읍 신전리 박경리공원에서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시인 김지하씨 등 유족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린다.

앞서 22~26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박경리문학공원에서는 추모 사진전 및 시화전이 열렸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경리와 토지> (강 발행)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이 비평집에서 <토지> 를 '산천사상' '지리산' '악마적 글쓰기에서의 해방'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분석한다.

그는 <토지> 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뻐꾸기 울음' 과 '능소화'에 주목한다. 이를 <토지> 의 참 주제인 생명사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장치로 파악한 뒤 '산천의 미학'이라는 말로 <토지> 를 요약한다.

초기작에서 <토지> 에 이르는 박경리의 문학도정을 '악마적 글쓰기로부터의 벗어남'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흥미롭다. 김 교수는 아들의 죽음, 생모와의 갈등을 다룬 박경리의 <불신시대> <반딧불> 등 1950년대 작품을 사소설적 경향이 강한 '악마적 글쓰기'로 정의한다.

박경리는 이후 <김약국의 딸들> (1962), <시장과 전장> (1964) 등을 지나며 <토지> 에 이르러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토지> 를 중심으로 '지리산'이 무대인 대하소설의 계보도 정리했다. <토지> 는 태생대로 살아가려는 인간들과 근대사회와의 갈등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농경사회의 원시적 혼례에 짓눌려 있던 고통과 갈등을 형상화한 최명희의 <혼불> 과, 이데올로기를 위한 어떠한 갈등도 허망한 정열임을 각성시켜 주는 이병주의 <지리산> 사이에 놓인다고 파악한다.

30일 출간되는 <봄날은 연두에 물들어> (마로니에 북스 발행)는 토지문화재단이 엮은 추모문집이다. '박경리 선생님 생각'(장명수 한국일보 고문), '도전한 삶, 자존의 문학'(문학평론가 김병익), '내가 본 인간 박경리'(최유찬 연세대 교수) 등 고인에 대한 추모의 글을 모았다.

고인의 7세 때 사진, 진주여고 연극반 시절의 사진, 토지문화관 텃밭에서 고추를 가꾸던 만년의 모습 등 고인의 일생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사진 20여점도 함께 실었다.

최일남 토지문화재단 상임이사는 간행사에서 "생애를 마치신 순간까지 선생은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문학에 말뚝을 박고 늑대도 있고 하이에나도 있는 삶을 견디며 박토를 갈아 온갖 인간이 살고 죽는 <토지> 를 이끌고, 그밖에 숱한 작품을 거두어 들였습니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는 5월 5~24일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제목의 시화전이 열린다. 고인의 유고시집에 실렸던 김덕용 화백의 그림과 고인의 육필원고, 유품, 사진, 영상자료 등이 전시된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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