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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시청자에 대한 예의 '사전예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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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시청자에 대한 예의 '사전예고제'

입력
2009.05.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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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 중계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연장전에 가서야 결판이 날 만큼 게임이 팽팽하게 진행됐던 모양이다.

그런데 중계를 맡았던 방송사에서는 정규방송 관계로 연장전을 중계하지 못했고, 결국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이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하게 되자 분통을 터트렸단다. 시청자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여 방송사를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챔피언 결정전 등과 같이 중요한 시합이 연장전까지 가게 될 경우 방송사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시청하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방송사는 경기를 끝까지 중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정규방송의 특정 프로그램을 학수고대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넘기고 스포츠 중계가 계속되는 바람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또한 불만의 대상이 된다.

오래 전 일이다. 우리 집 큰아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일요일 아침 방송하는 만화영화를 시청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다른 프로그램이 나오자 적지않게 실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방송사에서 중요한 현안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있었는지 만화영화 대신에 갑작스럽게 시사 문제를 다루는 좌담프로그램을 편성했던 것이다.

평소 늦잠을 자던 아이가 만화영화를 보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텔레비전 앞에 앉았는데 기다리던 만화영화 대신에 다른 프로그램이 나오자 무척 화가 났던 모양이다. 아이는 방송을 전공하는 내가 대단한 줄 알고 방송사를 혼내달라고 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방송사에서는 시청자의 생활주기를 고려하여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편성할지를 결정한다. 이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경우에 따라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일정을 방송 스케줄에 따라 조정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는 정규 방송될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못하거나 변경이 있을 때에는 사전에 이런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방송에서는 이런 변경 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사전예고제(preempt)'라고 한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중요한 스포츠를 중계할 때 연장전과 같은 만약의 경우가 생길 상황을 대비하여 시청자에게 정규 편성에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도 미리 준비할 게 아닌가. 만약 광고방송을 하는 방송사의 경우 정규시간 일정을 변경하면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정규프로그램에 내기로 했던 광고를 방송하지 못한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계의 시간 연장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연장전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중계방송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방송사가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쉽게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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