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속되면서 취업 포털 업계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어 주 수입원인 구인 광고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잡코리아와 인크루트, 커리어 등 주요 취업 포털 업체들의 올해 1분기 구인 광고는 전년 동기에 비해 15~25% 가량 줄었다.
A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황기에 가장 먼저 시행하는 정책이 인력 축소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크게 줄이고 있다"면서 "기업 회원 수는 줄어드는 대신, 실직자나 회사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개인 회원 수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취업 포털 입장에선 개인 회원 수가 늘어나는 게 싫지는 않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별반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취업 포털 업체들의 위기경영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계약직 사원에 대한 정리를 포함해 인력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한편, 수지가 맞지 않는 취업박람회나 대학 취업캠프, 각종 취업 특강과 같은 오프라인 사업을 대거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구인 광고를 내는 기업들에게 경품을 제공하거나 비용을 50%까지 할인해주는 등 각종 이벤트도 앞 다퉈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정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B사 관계자는 "지난 달 40%가 넘는 인원을 줄이고 조직도 재정비했지만,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은 탓인지 구조조정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 극복을 위해 서로 다른 업종의 취업 포털이 손을 맞잡는 등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건설워커와 미디어잡, 판매직 취업포털 샵마넷 등 중소 취업 포털 업체들이 사이트 운영 및 공동마케팅 분야에서 협력하고 향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불황 타개를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취업 포털 업계에 몰아친 한파의 불똥은 예비 직장인들에게도 튀고 있다. 현장에서 일자리 알선과 취업 전략을 소개 받는 오프라인 채용 행사가 자취를 감추다 보니, 양질의 채용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졸업을 1년 앞두고 학업을 일시 중단한 휴학생 K(26)씨는 "불황을 틈타 일자리를 미끼로 한 취업 사기가 공공연히 판을 치는 마당에, 그래도 취업 전문기관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채용박람회가 많은 도움이 됐는데 행사가 잇따라 취소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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