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가 엇갈렸다.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당의 차이는 컸다. 한쪽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올 때마다 다른 쪽에선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최대 격전지였던 인천 부평을의 승부가 갈렸을 때도, 여야 모두 격한 집안싸움을 치른 경북 경주와 전북 전주의 개표 결과가 확인됐을 때도 그랬다. 창당 1년여만에 원내 진입의 숙원을 이룬 진보신당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좀처럼 믿기지 않는 듯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듯했다. 0대5의 악몽이 현실화하자 여의도당사 2층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모두가 고개를 떨궜다.
당초 인천 부평을과 경북 경주 등 최소한 2곳에서의 승리를 기대했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은 오후 10시가 지나면서부터 점차 굳어졌다. 시흥시장 선거 패배가 확정된 데 이어 인천 부평을과 경주 현지에서도 패배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 둘씩 말없이 자리를 떴다. 박희태 대표는 아예 상황실에 들르려던 일정도 취소한 채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개표 초반만 해도 기대와 설레임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투표율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인천 부평을이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부터 끌려갔고, 경주에서도 큰 격차로 뒤지는 상황이 계속됐다. 한 당직자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 친이ㆍ친박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듯했다. 친이측 핵심당직자는 “한나라당은 전패했지만 친박은 1승4패 아니냐”며 “당을 이런 식으로 망가뜨려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박 핵심의원은 “경주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선거가 시작된 뒤엔 최대한 몸을 낮췄다”며 “경주 선거 결과는 경주시민들의 선택일 뿐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수도권에서의 승리와 텃밭에서의 패배. 자칫 0대5로 패배할 수도 있었던 터라 민주당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당장은 최대 격전지에서의 승리를 만끽하는 분위기다.
오후 10시15분께 영등포당사 3층 상황실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인천 부평을의 승리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실에서 가슴을 졸이던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홍 후보의 사진 옆에 당선을 알리는 꽃을 붙이는 동안 의원과 당직자 등 100여명이 ‘정세균’ ‘원혜영’을 연호했다.
정 대표는 “승리를 안겨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제1야당의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굳은 얼굴로 전의를 불태웠던 그는 예의 ‘스마일 의원’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상황실 분위기는 오후 9시55분께 시흥시장 선거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미경 사무총장, 강기정 의원 등과 당직자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텃밭에서 무소속 연대와의 일전을 벌인 전주 2곳의 패배에는 애써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고위당직자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사실이 모든 상황을 규정지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무소속 연대의 복당 요구와 이를 둘러싼 당내 갈등 확산 등 후폭풍을 염려하는 기류도 엄존했다.
▦진보신당
18대 국회 입성의 꿈을 이룬 진보신당 당직자들은 모두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원외정당의 설움을 떨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정치 1번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는 안도감도 배어 있었다.
진보신당은 개표 초반부터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조승수 후보의 지지층이 많은 동(洞)의 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졌고, 실제로 개표가 시작된 뒤 줄곧 한나라당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던 것. 대부분의 서울지역 당직자가 울산으로 내려간 것도 승리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오후 10시께 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울산 선거사무실에선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의원, 노옥희 선대본부장 등 당직자 30여명과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한목소리로 ‘기호 7번 조승수’를 외치며 환호했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민주노동당 김진영 지역위원장도 조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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