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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비상/ 국내 방역체계 곳곳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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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비상/ 국내 방역체계 곳곳 '구멍'

입력
2009.05.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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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돼지 인플루엔자(SI)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의 방역체계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보건당국은 추정환자로 판명된 환자와 함께 멕시코에서 여행하고 귀국한 동료가 있었는데도 귀국 3일 후에서야 확인에 나서는가 하면, SI 의심환자의 기준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추정환자로 판명된 A씨와 지난 19일부터 9일 동안 함께 멕시코를 여행한 뒤 같은 비행기로 26일 귀국한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귀국 직후 기침 등의 증상이 있어 보건소에 신고했지만, A씨와 함께 살고 있는 이 동행인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28일 A씨가 혼자 귀국한 것으로 발표했다.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A씨 동행인은 A씨와 공동 생활을 하고 있는 32명에게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과정에 드러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A씨가 귀국한지 3일이 지나도록 누구와 동행했고 귀국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역 초기대응에서조차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의심환자 기준을 놓고도 보건당국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만 해도 신고환자 3명에 대해 "3명 모두 멕시코에 다녀왔고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2명은 음성으로 나와 의심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나머지 1명(A씨)은 양성으로 나와 의심환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즉, A형 인플루엔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항원검사로 의심환자 여부를 가린다고 발표한 것.

본부측은 그러나 29일 브리핑에서는 "의심환자 여부는 신속항원검사의 양성ㆍ음성과 상관없다"며 "멕시코 등지 방문 경험이 있고 기침 등 급성호흡기질환 증상이 있으면 모두 의심환자"라고 밝혔다. 검사 여부와 상관없이 멕시코나 미국 다녀와서 기침 나온다고 신고만 하면 모두 의심환자라는 것. 이에 따라 의심환자라고 해도 정밀검사(PCR 검사)에서 문제가 있으면 추정환자로 격상되고 문제가 없으면 의심환자도 아닌 정상으로 판명된다. 본부측은

의심환자가 9명으로 확인됐던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의심환자 9명 가운데 4명이 의심환자가 아니며, 나머지 5명은 현재 검사 중인 의심환자"라고 발표,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환자진단기준을 '의심환자à추정환자à확진환자' 등 3단계에서 '추정환자à확진환자' 2단계로 축소했다"면서 "용어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국도 SI 진단기준을 줄일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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