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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3번 출구 '황당한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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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3번 출구 '황당한 리모델링'

입력
2009.05.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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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3번 출구가 얼마나 유동인구가 많은데 이런 한 줄짜리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단 말입니까."

27일 오전 8시께 서울 사당역 3번 출구. 수원에서 남태령을 넘어 온 광역버스 한 대가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승객들이 3번 출구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지만 출구로 들어가려는 승객들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속속 도착하자 오히려 놀이공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용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어림잡아 50m 이상 길이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설 수 없는 사당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벌어지는 기현상이었다.

수 억원의 혈세를 들여 재정비한 사당역 3번 출구가 유동인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돼 심각한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8개월 동안 4억원을 들여 사당역 3번 출구를 폐쇄하고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 계단식 통로(너비 5~6m 가량)를 에스컬레이터로 교체,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계단을 없애고, 에스컬레이터를 일반 두 줄용이 아닌 한 줄용 한 세트로 설치하는 바람에 1분에 40∼50명밖에 이용할 수가 없어 출퇴근 시간 혼잡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차례를 기다리다 지친 일부 이용객들은 200m를 돌아 2번 출구를 이용해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기도 한다.

항의가 빗발치자 사당역 측은 아예 '3번 출구가 혼잡하오니 다른 출구를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알림판까지 내걸었다.

수원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5ㆍ수원시 장안구)씨는 "기다리는 줄이 100m 이상 될 때도 있다"면서 "공사 때문에 8개월 이상 불편을 겪게 해 놓고 막상 준공을 해 놓은 뒤에는 '이용객이 너무 많으니 멀리 다른 쪽으로 돌아 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안양에 산다는 대학생 이모(21)씨도 "줄을 섰다가 나중에 에스컬레이터 줄이라는 걸 알고 기가 막혔다"면서 "이 곳은 수원 안양 의왕과 용인 일부지역 사람들의 주요 출퇴근로인데도 이처럼 작은 용량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당역 관계자는 "공사 초기 이용객들이 많은 곳이라 에스컬레이터가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용객들을 볼 때 마다 면목이 없다"라고 말했다.

글·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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