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 명칭을 둘러싼 혼란이 보건당국 내에서는 물론, 정부 부처간에도 확대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이번 인플루엔자를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불러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MI가 사실상 정부의 공식 용어인 것처럼 언급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전병률 전염병센터장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해 언론이 통일적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SI'로 통일해줄 것을 요청했다. 본부는 비상방역체계 가동 직후만해도 'SI'라는 약어 대신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로만 불러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바 있다. 계절성 독감(seasonal influenza)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전 센터장은 이어 농식품부의 발표에 대해 "MI로 통일하기로 합의한 적 없다"며 "현재 MI, NI(북미 인플루엔자ㆍNorth-American influenza) 등 세계적으로 논의가 분분한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명칭을 확정할 때까지 정부는 SI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다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MI라는 명칭에 대해 복지부 등과 상의해 통일해서 사용하겠다"면서도 재차 "우리 입장에선 MI로 쓰는 걸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처간 혼선은 부처간 이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축산농가의 하소연을 귀담아들어야 할 농식품부와 WHO와의 공조 등을 신경 써야 할 질병관리본부 등의 입장 차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국제적으로도 일고 있다. 동물 보건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NI'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돼지고기 섭취를 금기시하는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은 'MI'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돼지고기가 주요 수출품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새로운 독감(novel flu)'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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