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 인플루엔자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멕시코를 다녀온 50대 여성 1명이 의심환자로 판명됐다. 그가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최종 검사를 거쳐 확진환자로 밝혀지든 그렇지 않든, 이번 상황은 우리의 방역체계를 새로 점검하고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경계태세가 발동되고 우리 정부도 즉각적이고 심각한 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심환자가 발생한 경위를 보면 그러한 조치들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멕시코에서 9일간 체류했던 환자는 이 병의 잠복기간을 거쳤거나 잠복기간 중에 귀국했는데, 우리의 공항 검역대를 문제 없이 통과했다.
그에 대한 확진 판정이 내려질 경우 당국이 믿고 있는 공항의 1차 방어벽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반증이 된다. 다행히 진성 환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러한 '의심환자'는 이미 혹은 지금도 공항 검역대를 정상적으로 통과했을 것이다.
멕시코 등 북미지역과 유럽 각국에까지 번지고 있는 이 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방역의 효율을 높이는 길은 결국 건전한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 밝혀진 의심환자는 유사한 증세를 스스로 인지하고 즉시 보건소를 찾아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위험지역에 체류하다 귀국하는 사람들은 공항을 통해서만 하루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발열상태만 확인할 수 있는 공항 검역대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번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에서 경험한 바와 마찬가지로 외부로부터의 감염을 막는 데는 국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발병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당국의 철저한 예방과 관찰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AI에서도 경험했듯이 돼지 인플루엔자 역시 잘 알고 정확히 대응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다. 무조건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식의 과민반응은 그 자체가 더 큰 사회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개인건강을 잘 챙기면서 당국과 국민 모두 긴장 속에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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