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SI(돼지인플루엔자)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괴물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긴장하는 쪽은 SI 진원지인 멕시코에 사업기반을 둔 기업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 등 가전 업체들과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가 여기에 속한다. 가전 업체들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값 싼 노동력을 이용,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곳에 생산 공장과 판매 법인 등을 잇따라 세웠다.
먼저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이미 비상모드로 돌입한 상태. 특히 티후아나 지역은 SI 의심 환자가 16명에 달하는 데다가 휴교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이 곳에 근무하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주재원은 총 30명이고 현지 채용인원은 4,600여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주재원은 대부분 티후아나 지역에 살지 않고 샌디에이고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면서 "일단 자체 방역을 강화하고 본사와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27일 멕시코 지역 출장 자제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당분간 연기토록 했다.
LG전자는 28일 아예 멕시코 출장 금지령을 발령했다. 멕시코시티에 판매법인을 둔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멕시칼리 등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주재원 50명을 비롯해 전체 3,5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현지에서 SI 의심환자 등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도록 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아따밀라 지역에 자동차 강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포스코 멕시코'(CGL)는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150여명의 현지인과 국내 인력 12명이 도로 및 배수로 공사 등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다 이번 사태를 맞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보건 마스크를 제공하고, 직원 가족까지 감염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이날 중남미나 미국 등 멕시코 등 인근 국가 법인 직원들과 출장 직원에게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LG화학은 멕시코와 인근 지역 출장을 가야 할 경우 부서장과 충분히 상의 후 결정토록 했다. GS칼텍스는 사내 보건 담당 부서에서 SI 내용과 예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펼쳤다. 일본 혼다자동차나 덴소 등은 멕시코 근무 직원과 가족을 잠정 귀국 조치했다.
현지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KOTRA 멕시코시티 무역관은 28일 뿌에블라 수출협회 세미나 강연을 취소한 데 이어, 다음달 7~8일로 예정됐던 강원도 시장개척단 행사도 연기했다.
아직 피해가 가시화하진 않았지만 현지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은 어버이날을 전후로 한 대목을 놓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멕시코의 어버이날은 5월10일로, 각종 선물 수요가 몰리는 시즌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들 접촉결과 SI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특히 어버이날 소비대목을 앞두고 이번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휴대폰과 TV 등의 가전제품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식경제부와 KOTRA, 한국무역협회도 돼지 인플루엔자의 확산과 관련, 미국ㆍ유럽연합(EU)ㆍ중남미 등 주요 시장의 상황과 교역 동향 등을 모니터링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민ㆍ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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