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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정산 스님 '북한사찰음식'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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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정산 스님 '북한사찰음식' 발간

입력
2009.05.02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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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을 전문적으로 연구, 보급해온 태고종 정산(靜山ㆍ65) 스님이 북한 지역의 옛 사찰 음식과 조리법을 담은 책 <북한사찰음식> (다할미디어 발행)을 펴냈다. 20대 행자였던 1970년대 부산 범어사에서 당시 70대의 명허(明虛) 스님으로부터 듣고 채록한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북한 사찰음식에 대한 책이 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정산 스님은 "2007년 방북해 묘향산 보현사에서 일주일 간 머물며 현지 스님들과 원고를 고증했다"며 "특히 보현사 청운 노스님은 채록 원고를 보여드리자 '어떻게 이런 자료를 정리할 수 있었느냐'며 감격해 했다"고 말했다.

해방 전 북한 사찰음식은 감자, 옥수수, 메밀, 수수, 콩, 녹두, 고구마, 버섯, 산나물, 잣, 고욤 등 구황식품을 많이 쓴 것이 특징이다. 정산 스님은 "밥을 해도 옥수수나 감자 등을 많이 섞는다"며 "아무래도 척박한 환경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남이든 북이든 기본적으로 만드는 것이나 먹는 것 모두 수도의 한 과정"이라며 "북한 지역의 사찰 역시 철 따라 나는 재료를 쓰되 양념을 적게 쓰고 조리과정이 단순해 담백하고 넉넉한 맛을 띤다"고 덧붙였다.

북한 사찰에서만 전수돼온 독특한 음식으로는 평안도의 '배추식해김치'와 '송이잿불구이' 등을 꼽았다. 정산 스님은 "식해김치는 절에서 먼저 전해져 속가에서 가자미식해나 섭조개식해 등으로 발전한 것"이라며 "배추식해김치는 북한 유점사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음식으로 배추 속에 도라지, 더덕, 우엉, 연근, 버섯 등의 산채와 찐 메조(찰기가 없는 조)를 섞어 버무린 소를 넣어 발효시켜 칼칼하면서도 풍성한 맛을 낸다"고 소개했다.

'송이잿불구이'는 무 속을 파낸 뒤 그 속에 갈은 마, 깍둑썰기한 송이버섯과 호박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겉을 호박잎으로 싸서 하룻밤 동안 잿불에 묻혀 익힌 귀한 음식이다.

20년째 서울 인사동에서 사찰음식점 '산촌'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정산 스님은 "진짜 사찰음식은 구도자의 최소한의 연명을 위한 소박하기 그지없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절집에서 먹는 진짜 소박한 밥상과 창의적인 문화로서의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며 수행정신을 반영한 창의적 요리로서 사찰음식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86년 뉴욕타임스에 우리 사찰음식을 소개하기도 한 그는 <한국사찰음식> <눈으로 먹는 절음식> 등의 저서를 냈고, 현재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학과장을 맡고 있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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