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생긴 지도 10년째가 됐다. 선수협은 이에 발맞춰 2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만간 노조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권시형 선수협 사무총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의 선수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며 "노조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른 시일 내에 노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왜 시즌이 한창인 때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선수협과 KBO간 마찰이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모처럼 달아오른 야구열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지난달 유영구 KBO 총재에게 11개 제도개선안(대리인 제도 신설, 군 보류 수당 지급 등)을 전달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재의 임의단체로는 말이 안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대표자(각 구단별 2명) 회의도 휴식일에 할 계획이고, 일반 선수들에겐 동의서만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선수협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는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간 일어날 수 있는 동요도 걱정스럽다.
노조 전환의 근거도 미약하다. 권 사무총장은 "KBO와 각 구단이 선수협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노조 설립에 대해 선수들과 다시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전환 주장이 결국 KBO와 구단들을 압박하려는 카드가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구단들이 매년 적자를 호소하는데 홍보 이득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난데없다.
선수협의 일관된 불만은 KBO와 각 구단한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협은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수협은 자유계약선수(FA)의 계약금, 옵션 비공개 요구 등으로 고액 연봉자들의 권익에만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 방송중계 파행이 한창일 때도 선수협은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내지 않았다. 상생(相生)만이 모두가 살 길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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