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히 느끼는 통증이 바로 복통이다. 속쓰림부터 콕콕 찌르는 듯한 아픔, 쥐어짜는 듯하게 아픔, 아랫배가 뒤틀리는 느낌 등 증상도 제각각이다. 명치끝부터 윗배, 아랫배 등 아픈 부위도 다양하다.
너무 자주 겪다 보니 웬만한 통증은 그냥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복통을 만만하게 보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위암과 췌장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복통이 생기면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기억해뒀다가 병원을 찾았을 때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복통 위치와 정도, 유형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몸무게가 갑자기 줄거나, 심한 설사와 구토ㆍ혈변 등과 함께 배가 아프면 가벼운 병이 아닐 수 있으므로 반드시 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오른쪽 배가 아플 때
담석이나 담낭염, 간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담석이란 담즙 구성 성분이 담낭(쓸개)이나 담관 안에서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고령, 고지방식, 비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담낭염이란 담석 등으로 인해 장내 세균이 담즙 안에 증식하면서 담낭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담석이나 담낭염은 열이 나며, 오른쪽 윗배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오른쪽 어깨나 등까지 퍼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초음파 검사로 병을 진단할 수 있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여러 약물 등에 의해 간세포와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보통 오른쪽 윗배가 묵직하게 아프며, 손으로 진단하면 간 비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간염이 의심되면 혈액검사 상으로 간 기능을 검사할 수 있다.
■ 가운데 윗배가 아플 때
가운데 윗배를 흔히 명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곳에서 가장 많이 아프다. 이곳이 아픈 가장 흔한 원인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위염, 위궤양 등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란 혈액검사나 내시경, 초음파 등으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소화불량증을 말하며 '신경성 위장병'이라고 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아프거나, 조금만 먹어도 배가 차는 듯하다. 이 병은 수 년이나 수십 년 간 지속되면서 증상이 좋아졌다나빠졌다를 되풀이한다.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염은 헬리코박터균 감염, 약물,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이 원인이다. 비슷한 원인으로 인해 바깥쪽 점막층뿐만 아니라 점막근층이 손상되면 위궤양이라고 한다. 위염이나 위궤양도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함을 많이 느낀다. 내시경 검사로 알 수 있다.
■ 왼쪽 윗배가 아플 때
과민성 대장염, 급성 췌장염 등일 때 이곳이 아플 수 있다. 과민성 대장염은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비슷하게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돼 생긴다.
배가 아프면서 주로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는데, 대변을 보고 난 뒤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병이지만 대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오래 앓아도 다른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급성 췌장염은 담석, 음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췌장의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가운데 윗배가 아픈데, 통증이 심하면 왼쪽 윗배까지 통증이 오기도 한다.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며 등 뒤로 뻗치는 경향이 있고, 앞으로 몸을 숙이고 무릎을 끌어안고 있으면 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은 혈액 중 췌장소화효소 농도가 늘어나므로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의 80%는 통증 치료와 수액요법 등으로 며칠 안에 완치할 수 있다. 20%는 중증 췌장염으로 나타나 항생제 투여와 수술을 하기도 한다.
■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때
오른쪽 아랫배 통증의 대표적 질환은 급성 맹장염(충수돌기염)이다. 맹장 끝에 6~9㎝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배 가운데나 윗배가 체한 듯 아프다가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진다.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아프다는 것과,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발통이 생긴다는 점이다.
혈액 검사상 백혈구 수가 늘어나는데, 충수돌기에 구멍이 난(천공) 경우에는 수가 더 증가한다. 한편, 콩팥이나 요관 결석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수 있으며, 가임기 여성은 난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 왼쪽 아랫배가 아플 때
왼쪽 콩팥과 요관에 문제가 있거나, 과민성 대장염일 수 있다. 왼쪽 콩팥과 요관 질환의 경우 왼쪽 아랫배가 아프면서 왼쪽 옆구리, 왼쪽 넓적다리 안쪽, 고환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있을 수 있다. 혈뇨가 나오기도 한다.
●도움말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진료부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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