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3시30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검역대를 통과하던 승무원 김모(28)씨를 검역관이 불러 세웠다. 적외선 카메라에 잡힌 김씨의 얼굴색이 38도 이상의 고온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한테 열이 있다고요?" 김씨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검역관의 체온 측정에 응했다. 다행히 체온은 37.6도. 정상체온보다는 높았지만, 검사 대상인 38도 이하라서 검역대를 통과해 입국 심사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첫 돼지 인플루엔자 추정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전해진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입국장을 통과하는 승객들은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검역대에 앉은 검역관은 하늘색 마스크를 쓴 채 적외선 체온측정 모니터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폈다.
인천공항 검역소는 최근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입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중보건의 2명을 충원했고 검역관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공항 내 14곳에 마련된 검역대에서 18대의 적외선 체온 감지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고 이번 주 내로 카메라 6대가 추가로 설치될 계획이다.
이날 검역을 맡은 최혜규 팀장은 "승객들이 한꺼번에 검역대를 통과할 때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고열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제부터 2인1조로 검역관이 투입돼 24시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도 이미 돼지 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실감한 표정이었다. 일부 일본인 승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에 들어와 빠른 속도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대한항공 KE038기로 시카고에서 들어온 한 남성 승객은 "미국에서도 뉴스를 통해 관련 속보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카고 교민사회까지 동요하는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심각성을 알게 돼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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