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의 인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로써 '황우석 사태'로 2006년 3월에 중단된 국내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이르면 다음달 3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황우석 악몽'에서 벗어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매달릴 수 있게 된 것만도 반갑다. 나아가 이번 승인이 복제배아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나 성체 줄기세포 등 다른 줄기세포 연구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적 지원이 복제배아 줄기세포 이외의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적 관심이 다른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로 퍼져나갈 필요가 있다.
섣부른 기대가 금물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차병원이 승인을 요청한 연구는 양질의 냉동난자 500개와 비정상적 수정 등으로 폐기될 난자 300개 등을 이용해 1년 반 안에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난자 200개에서 1개 꼴로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결과는 미지수다. 황우석 사태 이후 복제배아 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한 것은 미국 스마젠사 등 극히 예가 드물다.
더욱이 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하더라도,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이르기까지는 길이 멀다. 난자 제공자가 아닌 타인의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할 기술, 줄기세포 분화를 제어할 기술이 필요하다.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아직 아무도 가지 못한 영역이다. 심의위원회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구절을 연구계획에서 삭제하도록 한 것도 지나친 기대를 자극하지 말라는 뜻이다.
당장은 몰라도 장기간의 연구에 필요한 많은 난자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배아 단계 이후로 한결 커질 생명윤리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연구자들은 난자 이용 조건이 완화되고 윤리기준도 낮춰지길 희망한다. 이런 요구가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차병원의 연구는 윤리기준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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