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재보선에서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 변수들은 많았다. 특히 막판까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접전이었던 만큼 이 같은 변수의 중요도는 더 컸다.
이번 선거는 여야의 치열한 집안 싸움이 부각되는 바람에 선거 전체를 관통하는 이슈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개별 선거구에서는 독특한 핵심 변수들이 등장, 승부를 갈랐다.
국회의원 재선거 중 유일한 수도권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펼쳐진 인천 부평을에서는 야당의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여당의 ‘경제살리기’ 주장보다 더 먹혔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런 프레임을 덮어버리는 듯 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밑바닥 기류는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오히려 동정론을 불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재보선에서는 여권을 심판하려는 성향의 표심이 결집한다는 전통적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 민심이 ‘이명박 정부 1년을 심판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GM대우와 관련, 정부 여당이 GM대우 협력업체에 2,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이 변수는 지역 표심을 크게 자극하지는 못했다.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 단일화가 정확하게 승부를 돌려 세웠다. 한나라당 박대동, 진보신당 조승수, 민주노동당 김창현 세 후보의 3파전이 벌어질 때는 박 후보가 선두였으나 단일화 이후 조 후보가 선두로 나섰다. 실제 개표 결과도 조 후보가 박 후보를 8% 포인트 가량 따돌렸다. 시기가 늦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결국 단일화가 노동자 등의 표심을 잡은 것이다.
경북 경주에서는 역시 친박 표심이 주요 변수였다. 여론조사상으로는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를 앞선 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수성 후보의 승리였다.
그만큼 숨어 있던 친박 표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총선 때보다 높았던 투표율도 정수성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른바 침묵하는 친박 성향의 노년층이 정수성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많이 나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세균 대 정동영 대결이 펼쳐진 전북 전주에서는 정동영_신건 무소속 연대가 결정적 변수였다. 무소속 정 후보가 덕진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완산갑에서 무소속 신건 후보가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선 것은 지역에 기반을 둔 두 사람의 무소속 연대 파괴력이 컸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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