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68-57로 앞선 3쿼터 종료 2분18초 전. 이상민(9점)이 절묘하게 오른쪽 코너로 찔러 준 패스를 받은 애런 헤인즈(18점 8리바운드)는 쏜살같이 무인지경의 골밑으로 들어와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을 내리찍었다.
안방에서 우승의 꿈을 한껏 부풀렸던 허재 KCC 감독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됐다. 예상 밖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린 안준호 삼성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예감했다.
지난 26일 5차전에서 헤인즈의 결승 버저비터로 기사회생한 삼성이 KCC를 대파하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삼성은 2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7전4선승제)에서 '특급용병' 테렌스 레더(36점 7리바운드)의 종횡무진 활약을 앞세워 KCC에 97-83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1승3패로 몰렸다가 2연승을 거두며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역대 12차례의 챔피언결정전 가운데 최종 7차전에서 승부가 갈린 경우는 모두 4번. 그러나 3연패 후 3연승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또 삼성이 챔피언트로피를 거머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4위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2003~04시즌 이후 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목전에 뒀던 KCC는 주전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슛 난조로 3승1패 후 2연패를 당했다.
전반을 50-43으로 앞선 삼성은 3쿼터 시작과 함께 KCC 정의한에게 3점포를 맞았지만 레더의 자유투와 김동욱의 3점슛, 차재영의 골밑슛으로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3쿼터를 75-59로 마친 삼성은 4쿼터에서도 KCC 수비를 마음껏 유린했다.
삼성은 종료 4분 여 전 레더의 골밑슛과 추가 자유투로 90-69, 무려 21점차로 달아났다. 레더는 발목이 좋지 않은 하승진을 앞에 두고 백발백중의 훅슛과 중거리슛을 구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KCC는 5차전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추승균이 8점, 하승진이 10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용병 마이카 브랜드(11점 7리바운드)와 칼 미첼(12점 6리바운드)도 부진했다. 또 삼성이 2점슛 성공률 74%를 기록한 데 반해 KCC는 39%밖에 안 됐다. 두 팀은 오는 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우승컵을 놓고 최종 대결을 벌인다.
양팀 감독의 말
▲안준호 삼성 감독=강력한 의지와 집중력의 승리였다. 그 증거로 3쿼터 끝날 때까지 턴오버가 2개 밖에 없었다. 공수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템포 바스켓과 속공, 지공까지 완벽했다. 오늘도 차재영이 중심에 있었고, 레더는 하승진의 높이를 무력화 시켰다. 5차전을 이기고 적지에서 천금 같은 1승을 추가했다. 7차전도 자신 있게 치르겠다. 삼성은 무서운 팀이 된 것 같다.
▲허재 KCC 감독=공격과 수비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격에서는 전체적으로 볼이 많이 안 돌아갔다. 수비에서는 하승진이 레더를 막지 못했다. 하승진을 빨리 뺀 이유는 발목이 좋지 않기도 하고, 좀 더 빠른 농구를 해보려 했던 것이다. 잘 정비해서 7차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
전주=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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